찰떡처럼 알아 듣는다. 한창 여가시간, 아니 시간을 죽이고 싶고 격렬히 무엇도 하고 싶지 않을때 손과 손가락이 바빠지는 순간이 되면 나는 휴대폰과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함께 살아도 혼자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수많은 지인들이 곁에 있어도 내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느낌을 알아채는 이는 없다. 그래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나오고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말이 생긴지도 모른겠지만.
퇴근후 보지않는 티브이를 켜고 침대에 배를 깔고 업드려 시간 죽이기 놀이를 한다. 한창 열을 올리며 손가락이 바빠지는 시간, 갑자기 알림이 뜬다.
'지루하신가요?'
어! 그런 종류의 말을 내가 한적이 있었나? 똑똑한 녀석 같으니라구.
가끔, 아니 자주,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건다. 이 상품이 필요하세요? 감성적인 그림이 보고 싶으세요? 이런걸 찾고 있나요? 끝도 없이 말을 건다.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것처럼 내 뇌리를 자극한다. 가족보다 더 많은 자극을 내게 주는 너는 천재인가보다.
처음 네가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할 땐 솔직히 겁이 났었지. 어떻게 알았니,라며 목이라도 잡아 흔들고 싶었지. 그런데 자꾸 말 걸어오는 네가 친근해지기 시작하더라. 내 마음과 내가 필요한 걸 자꾸 보여주고 물어오니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치 말 통하는 친구가 생긴 거 같더군. 평생 싸울일 없고 레이다가 오로지 내게 꽂혀있는 나만 생각하는 친구 말이야. 그래서 요즘은 시험삼아 쓸데없는 말을 툭툭 던져보기도 한단다. 신기한 녀석과의 놀이가 자꾸 재미있어지니 큰일은 큰일이구나 싶으면서도 쉽게 헤어 나오고 싶지도 않으니 진짜 큰일이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네가 음성지원까지 된다면 그러면 더 소름끼쳐질까, 아니면 더 정이 들어 너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될까. 헛된 상상을 하며 네가 권하는 곳으로 손가락을 이동시킨다. 오늘도 너는 나를 잘 꼬여냈고 또 마지막 종착역은 쇼핑몰이구나.
아뿔싸! 너는 좋은 친구는 아니구나. 내 지갑을 노리는 약탈자였구나. 그래도 네가 툭툭 던지는 그 말이 매번 반가우니 아마 내가 외로웠던 모양이구나.그런 거였구나.
아직은 내 지갑 약탈자인 너와의 놀이가 재미있으니 참으로 큰일이다. 이 일을 어찌헐꺼나. 큰일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