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앞에서

by 완뚜

출퇴근길에 생긴 새 도로는 선물이다. 시간절약과 함께 조급함까지도 덜어주니 금상첨화다. 물론 통행료의 부담은 말그대로 부담으로 남지만. 길게 쭉 뻗은 순환도로는 수십년의 공사후 빛을 보았다. 수 많은 산을 우회하지 않고 뻥뻥 뚫어버린 산 중턱을 통과하면 기술력에 놀라다가도 으그러진 산의 모습에 미안해지기도 한다. 기술력의 집약은 또 있다. 이 길을 달리다보면 새로운 옵션이 첨가된 나의 애마는 터널이 나타나는 걸 나보다 먼저 알아챈다. 내가 깨닫기도 전에 이미 열어둔 창문을 자동으로 닫는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차의 기능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게 한다. 창문은 닫히고 터널에 들어서면 순간의 어둠은 걷히고 휘황찬란 밝은 등이 불을 밝힌다.

그런데도..,


나는 답답하다. 어둡이 두렵고 좁은 시야가 답답하다. 터널에 들어서면 순간의 휘황찬란함은 금새 무색해지고 시야는 짧아지고 터널은 길기만 하다. 계속해서 한 터널을 빠져나오면 성큼 다음 터널이 다가온다. 자동차도로에선 내가 달리는 속도와 비례하며 터널이 다가온다.


인생도 그런 거 같다. 순탄하기만 하던 잘 닦인 길을 달리다 보면 과거는 잊어버리고 가속 페달을 밟게 된다. 그러다보면 가속도까지 붙는다. 신난다. 계속 이럴 것만 같다. 그러다 맞닥드린 터널은 더 두렵다. 예감하지 못했던 맞닥드림은 충격이다. 인생의 도로에서 터널, 혹은 회전구간을 만나면 자동차도로처럼 힘겹게 속도를 줄이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그래도 지나고 돌아보면 그래도 잘 지나왔다고 생각하지만, 그 다음 터널이 성큼 나타나고야 만다. 기어코.


왕복 12차선 정도 되는 대로에 직선구간으로 수십만 킬로미터의 인생 도로를 혼자 달렸으면 좋겠다. 터널도 없고 회전구간도 없는 뻥 뚫린 구간을. 그랬으면 조금은 덜 아프고 덜 힘겨웠을까?


아픔은 내성이 생기지 않는 거 같다. 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