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by 완뚜

살아오며 생일다운 생일을 보낸 기억이 없다.

어릴 때는 엄마 생일 5일 뒤였던 내 생일을 엄마는 일관성있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혼자 기대하고 상상하던 생일은 저녁 늦게 기억난 엄마의 "내년에는 꼭 잊어버리지 않을 게." 로 끝이 났다. 그 다음 해가 되면 여전히 어리고 순진한 나는 다시 잔뜩 기대를 한다. 지난번 동생 생일에는 이층 케잌으로 생일파티를 했으니 이번에는 케잌을 준비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전날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엄마는 이번에도 일관성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런 생각도 했었다. 친엄마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결혼 후, 남편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에 뭔가를 챙겨 줄줄도 몰랐고, 챙겨주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남자였다. 그래서 내 생일이 되면 챙겨받고 싶은 나는 미리 공지까지 했지만, 세식구가 외식하는 걸로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아들은 또 어떤가? 아빠의 모습만 보고 자랐으니 어릴 때는 사용하지도 못하게 하던 이벤트 쿠폰이라도 만들어 주더니 중학생이 되면서 부터는 그것조차 없어졌고 아들녀석도 한결같은 사람이 되었다.


내 주변에는 한결같은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외로움을 많이 타던 나는 언제나 외로웠다. 그래서 기대를 내려 놓았다. 하기야 내 생일이 그들에게 뭐라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답답한 날들이 지나갔다. 생일은 개뿔, 하루 살아가기가 버겁고 힘겨웠다. 그렇게 잊혀진 기념일들이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휴대폰이 요란하다. 성탄이 지나고 바쁜 업무의 끝에 고단한 몸으로 딥수면상태였다. 개슴츠레 눈을 뜨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었다. "생일 축하해." 카톡방이 난리다. 요즘은 인터넷에 등록해둔 생일이 자동으로 뜨니 사돈의 팔촌 생일까지 알수 있다. 형식적으로 "고마워."를 쳐넣고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요란한 알림음, 줄줄이 선물 쿠폰이 날아든다.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게 뭐라고. 옆방에서는 아들이 아직도 자고 있다.


미리 잡혀있던 일정에 따라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벌써 40년지기들이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고도 남았겠다싶은 긴 세월. 옆에서 서로를 위로해가며 지내온 시간들이었다. 마침 수다는 끝이 없고 어제 만난듯 끊이지 않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헤어질 때, 내 생일이라는 걸 알게 된 친구가 카페에서 파는 빵을 잔뜩 사서 손에 쥐어주며 미안하다고 미리 알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그리고는 나를 안아준다. 잘 버티며 이겨내는 내가 기특하고 고맙다며 등을 토닥여주는 친구가 고마워 눈물이 난다.

부모도 잊어버리는 생일을, 몰라서 미안하다는 친구가 고마웠다. 그리고 괜히 울컥했다. 40년 지기의 다독임이 오늘을 특별한 날로 만든다. 그리고 어느때보다 행복한 생일이다. 말 한마디가 특별한 날로 만들고 있음을, 나는 이런 말을 기다렸구나 싶어서 또 울컥했다.


고맙고 행복해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