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무뎌지는 시간

by 완뚜


나에게는,

체증으로 자리잡고 있는 묵직한 고통,

멍 때리는 시간이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도 센 고통이 아직 있다.


함께 한지도 꽤 되었고,

타인에게는 작은 생체기로 남았으나

내 앞에서만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묵혀지지 않는

그런 상처가 하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상처만으로도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아프고 괴로운 그런 것이었고,

여전히 부피 크게 가슴에 남아 있다.


그리고,

평생을 통해서도 가장 신기하게 여기게 된 한가지

경험하고서야 알게 된 것

마르지 않는 눈물 샘.

그것을 알게 해 준 그런 상처 하나 있다.


감히 입에 담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그렇고 그런 주제의 상처였다.



어제는,

동생부부와 아들과 저녁식사에 반주를 곁들였다. 자연스럽게 가족들의 근황을 웃고 떠들고 때론 기대를 곁들이며 즐거웠다. 많은 소재의 가족 이야기에 누군가의 부재가 덜컥 느껴졌다. 조카의 성공이나 도전을 누구보다 궁금해하고 기뻐했을 그를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좋아했을까를 이야기 하며, 그의 표정과 말투를 흉내내며 함께 웃었다.

그러다 깨닫는다.

'아! 조금은 아물었나 보다. '

생각만 해도, 입밖으로 꺼내기만 해도, 아프고 아파서 눈물부터 고였었다. 그를 추억하며 같이 웃는 날이 올까 의심도 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왔구나. 결국 오고야 말았구나. 그를 기억하며 함께 웃는 날이.


그래서 또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좋은 날이다.

그를 잊어가는 거 같아서 씁쓸하고, 상처가 조금은 아문듯하여 좋다.


이렇게 또, 오늘도 그를 떠올린다. 그를 생각하며 여전히 생각의 끝이 이중적이라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