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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Apr 09. 2023

욕망하는 축복

나는 지극히 세속적고 속물적인 사람이다.

머리가 나빠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요 집안의 열성인자를 물려받은 것인지 유독 작은 키에 체력이 약하고 게을러 움직이는 것도 싫어한다. 덕분에 식탐과 결탁한 게으름의 잔재는 온몸에 지방으로 남아 거대해졌다. 결국 무엇하나 예쁜 구석이 없는 인간인데 욕심은 하늘을 찌른 모양이다. 남편을 들들 볶고 언제나 남들처럼 살아보냐며 과연 그런 날이 있기나 할까 우울하고 슬펐다.

집에서 놀고 먹는 나에게  남편은 비교적(이것도 나의 욕심으로 평가한 기준이다) 좋은 차를 안겨주고 해마다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퇴근후 온종일 집에 있던 내 종아리를 주물러줬다. 나는 받는 것에 길들여져 더 큰 선물을 기대하고 더 좋은 삶을 욕망했다. 그때 나의 더 좋은 삶이란 이웃의 넓은 집과 다정해 보이는 남의 남편과 똑똑하기만 할 것 같은 내 친구의 아들들이었다. 욕심은 한이 없고 충족되지 않는 욕망에 내 마음은 시들어가기만 했다.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남의 것을 탐하느라 삶이 괴로운 여자였다.


그렇게 수십년을 살았건만,

지난 2년여의 시간동안 나는 알고야 말았다. 욕망을 가지고 있던 그때가 차라리 삶이라는 걸. 그런 욕심이라도 부릴 수 있던 그때가 나의 황금기였음을.


나의 욕망은 죽어버렸다.

가장 소중한 삶의 중심축을 잃고 나서야 욕망은 물러나고 더이상 가지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공허함만이 지배하는 작은 몸둥아리만 남았다. 그것이 현재의 나다. 다행스러운 건, 여기서 더 무너져봐야 이보다 더 슬플일인가 하는 확신이다. 덕분에 버티기가 쉬운 건가 싶기도 하다.


욕망이 괴롭게 하고 우울하게 했다면, 그것이 빠져 나가버린 나는 겁데기처럼 움직이고 있음을 문득 깨닫고 헛웃음이 났다. 껍데기를 안고 하루를 버티는 나는 인생이 참 재미없고 지루하다. 그래서 일까?  어떤 것이든 욕망하는 삶은 그래도 미련이 남은 까닭이니 축복이지 않을까?


아! 그러고보면 나도 욕망하는 것이 있기는 하다. 아이의 행복 그리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나는 살아간다. 버티다 힘들어도 살아간다. 욕망하는 것의 실체는 아마 삶의 길잡이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어느 한가지, 끝끝내 붙잡고 욕망할 거리를 찾아내는 일. 그것은 내면에 숨겨진 삶에 대한 끈끈한 욕망이 아니까? 그래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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