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번.
가을의 행사는 술술지나가게 마련이다.
나는 이제 겨우 3년차 햇병아리.
이번에도 우리는 급하게 줄서기를 하고 참가비를 넣고 이렇게 이자리에 왔다. 1,2차로 나눠서 진행하는 행사는 금방 자리가 차고 선착순으로 방배정하다보니 일찍 신청해야 좋은 방이 돌아온다.
팍팍한 업무에서 일년에 한번은 이런 방법으로 업무의 늪에서 건져진다는게 우리에게는 보석같은 선물이다. 발버둥치던 물속에서 건져져 잠시 숨쉬라는 배려일게다.
대침묵 피정.
사실 입닥치고 조용히 쉬라는 말이다. 이곳에서 조차 우리는 조용히 숨죽여 빠르게 움직인다. 빈방에 몰래 찾아들어 각자의 가방에 숨겨온 먹거리가 방 중앙에 줄선다. 술술 풀어지는 소주, 맥주 그리고 입이 즐거울 안주들. 속닥속닥 거리며 즐거운 이야기를 풀어내며 한잔이 두잔이 되고 세잔이 된다. 잔수와 비례되며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다행히 이번에는 별관쪽이라 눈치가 보이지는 않는다. 웃는 가운데 빈병이 늘고 아쉬움이 늘어난다. 산속 깊은 곳에서 이어지는 행사는 밤에 정점을 찍는다. 몰래 먹는 술맛이라니. 크아~. 이보다 더 맛있는게 있겠나. 외부로 외출도 어려울 뿐더러 근처에 슈퍼도 없으니 각자의 가방에 조금씩 준비해온 마른안주와 술몇병이 전부이다보니 한잔을 마시면 그만큼의 아쉬움이 생긴다. 사실 그래서 더 맛있고 그래서 더 재미난다.
첫날 저녁 산 아래로 붉게 물드는 일몰에 감정을 익혀 두고 몰래 모여든 동료들로 작은 방을 가득 메우면 입속으로 털어넣는 술 한잔이 그렇게 달수가 없다. 달아도 너무 달아 크아~ 추임새가 절로 난다. 일몰빛으로 벌겋게 익은 마음에 털어넣던 술잔으로 몸마저 벌겋게 익힌다. 우리는 몸도 마음도 벌겋게 익으며 이야기도 무르익어 서로를 위로한다.
직업의 특성상 인간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이런 자리는 같은 동료애로 위로 받는다. 그래서 제발 침묵하라며 주최자들이 수십번 당부하면서도 밤이 되면 창문 닫고 조용히 얘기하라는 팁을 준다.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걸게다. 다 한마음일테니.
이렇게 우리는 술술 넘어가는 잔으로 서로의 위로가 되어준다. 동료란 이래서 좋다. 술잔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모여든 동료들이 참 좋다. 나를 이해하는 그들이 좋다.
단지, 내일아침 불편할 머리가, 위장이 걱정이다. 어찌되었던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