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의 착각

by 완뚜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본다.

청소도 마쳤고 빨래도 끝냈고 책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TV는 원래 잘 보지 않으니 봐도 모르겠고 더 이상 할 게 없다. 이리저리 손가락을 굴리는데 불현듯 남편의 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내가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기척도 없이 옆으로 와서 같이 살피곤 했었다. 그러면 내가 휴대폰을 감추며 감시하지 말라고 퉁박을 주고 남편은 은근 그런 툭딱거림을 즐겼었다. 그의 냄새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사방을 살핀다. 없다. 이제 후각조차 환각을 일으키나 보다. 그의 냄새가 그리워 벗어놓은 옷을 버리지 못하고 내 옷장에 걸어 두었다. 그가 쓰던 얼마남지 않은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화장할 때 마다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았다. 덕분에 오늘은 후각의 착각을 경험한 걸까? 남편이 잠시 다녀갔나? 그가 보고 싶다. 이제 집에는 온통 그의 사진들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짓도 그만해야 할텐데. 아직은 곁에 붙잡아 두고 싶은 욕심이다.

세상에 이런 큰 슬픔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슬픔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무 생각없이 멍 때리기 중에도 느닷없이 눈물이 흐르거나 남편의 웃는 얼굴이 떠 오른다. 그는 웃는데 나는 슬프다.


오늘도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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