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척에 도가 튼 사람이다.
잘난 척, 용감한 척, 능력있는 척, 행복한 척, 고민이 없는 척, 세상의 모든 척을 모아놓은 사람이다.
내가 만들어 놓은 이상에 나를 맞춘다.
백조의 헤엄처럼 두다리는 버둥거리느라 바쁘지만 얼굴은 한없이 평온하다. 물 속 세상의 진실을 모르는 이들은 부러워 할 만하다. 백조 같은 나는 오늘도 눈물 날 정도로 아픈 두다리를 버둥거린다.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백조의 얼굴처럼 그렇게 도도하고 우아하다. 자존심에 상처가 나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가면을 덮어 쓴 까닭이다.
나에게 자존심은 모든 것이 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수 없다. 어쩌면 다치고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조금씩 쌓기 시작하였던 것이 이제는 모든 것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명품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서, 머리는 부끄러움으로 가득하면서도 얼굴은 그렇게도 평온하게 유지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가짜처럼 감정도 포장하고 나를 내가 속일 수도 있는 사람이다. 마치 최면처럼 너는 너를 가장 사랑한다고 노래부른다. 말을 하면 모두 이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내가 미련해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니 척이 진실처럼 되기도 한다. 척을 하다보면 그 밑바탕에 노력이라는 게 필요하다. 척도 아는 것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기에 나는 노력해 왔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척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다듬어지는 척은 역시 본인의 것처럼 자연스러워진다. 노력은 실망시키지 않는 법이다. 백조의 다리처럼.
그래서 나는 나를 인정한다.
잘난 척, 용감한 척, 능력있는 척하던 것들의 밑바탕에 깔린 노력과 고민을 인정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나의 모습은 더 이상 척으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잘 버티고, 잘 견디는 요즘의 나도 잘 있는 척하는 나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내가 나를 칭찬하는 것 쯤은 괜찮지 않을까?
내가 보는 나는 생각보다 멋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