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입구쪽 도로에 그집에서 키우는 삼색냥인거 같은데 차에 치였어요."
"네?"
"그집 고양이 인거 같다고요. 도로 중간에 있어요."
"살아 있나요?"
"아니요. 이미 죽은거 같아요. 확인해 보세요."
"네.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삼색냥이라고 설명한다. 아마 미미일 것이다. 나를 가장 잘 따르는 애교쟁이. 성당 마당과 뒷산만 돌아다니며 노는 착한아이. 몸이 불편한 이웃고양이에게 먹이도 양보하고 집도 양보해서 역시 성당 고양이라고 칭찬받는 집냥이로 변신 중인 길냥이.
출퇴근 길이 멀고 이미 퇴근 후라 가 볼 수도 없는 나는 머리만 열심히 돌려본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몇분을 떠올려보고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분을 찾아 연락을 했다. 일단 확인이 급선무였다.
10분이 하루같은 시간이 흐르고 연락이 왔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미미가 맞는 거 같아요."
울먹울먹하는 목소리는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어쩔수 없지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감사합니다."
이럴 때.., 이성적으로 변하는 내가 좀 무섭고 싫다. 구청민원실로 전화를 걸고 로드킬 당한 고양이의 상황을 설명한다. 알겠다고 업체에 연락하겠다고 한다. 처리업체에 연락한단다. 나는 Cctv를 모두 열어 도로쪽을 확인한다. 어렴풋이 미미의 형체가 보인다. 쿵!
심장이 벌떡인다. 10분마다 열어보며 두번째 사고는 없기를 빈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쯤에야 미미가 사라졌다. 민원실 담당자의 말처럼 처리가 완료된 모양이다. 이제 미미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출근할 때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내 차를 제일 먼저 알아보고 뛰어 오던, 주차를 끝내면 차를 한바퀴 돈 뒤 운전석 문 앞에 예쁘게 앉아 기다리다가 차에서 내리는 나와 눈을 맞추며 아기냥처럼 냐아옹거리던 녀석이다.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던 나를 애교로 꼬여냈던 미미가 떠났다. 잠이 오지 않는다.
일단 비밀에 붙이기로 한다. 주일에 오는 아이들이 꽤나 귀여워하던 길냥이다. 아이들이 아파할까 비밀로 붙이기로 한다.
단지 몇몇 분은 알아야겠지. 살 찐다고 간식 금지 시키면 내가 없는 시간에 몰래 와서 츄르를 먹이던 몇몇분에게는 알려야겠다. 그 귀여운 행동에 알면서도 모른 척해 주었던 암묵적 동조자들에게는 알려야겠다.
오늘 출근 길은 발걸음이 무겁고 마음이 쓸쓸하다.
젤 먼저 뛰어오는 미미가 없고 미미를 잃은 뚱이가 우울해서 구슬피 울며 사무실 앞을, 마당을 헤맬 것이니.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구는 슬픔에 입을 닫는다. 잘해주지 못했다는 반성도 한다. 혹여 집냥이로 변모하는 과정에 조심성이 줄며 사고를 당한것은 아닐까? 우리의 관심이 조금 더 일찍 그 녀석을 하늘로 보낸 건 아닐까? 작은 소란이 파장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어차피 시간은 지나가고 다시 고요해질 것이고 남은 길냥이들이 그 자리를 메우겠지. 그렇게 미미는 잊혀지겠지. 그런게 삶이더라는 걸 이 나이가 되니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런 경험들은 사람을 느른하게 만든다. 관조하게 만든다. 슬픔도 기쁨도 무덤해지고 아픔의 내성은 삶을 심심하게 만들고야 만다.
좋아하는 것을 잃는 건 두번 겪기 싫은 슬픔이다. 오늘, 내일, 모레도 나는 아프겠다. 그래서 무거운 마음의 출근길, 오늘은 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