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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반짝이다

by 완뚜


누군가의 죽음이 앞에 있다면 제발 시간을 달라고 그래서 마지막 작별의 시간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젠가부터 바랐던 바이다. 정확히는 5년전부터.


편찮으신 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짜증도 낸다. 먹고 싶다는건 원 없이 사다 드렸고 맛있어 보이는 건 가격에 상관없이 구입한다. 그런 날은 귀갓길이 가볍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다 해 드리자고 마음 먹은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간지 3개월째다. 중증환자의 면회는 사전 예약이 기본이고 절차 또한 까다롭다. 하여 우리는 꾹꾹 눌러 참다 일주일에 한차례 30분 면회에 만족해야만 한다. 갈 때 마다 반가워하고 이제 오지 말라고 너희가 힘들다고 하신다. 여전히 만나면 유언을 잊지 않고 잘 살아라 당부다. 울다 돌아오는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런 나날들 속에도 여전히 또렷한 정신과 밝은 얼굴 빛에 안도하는 우리들이다.


면회 다녀온 지 이틀만에 늦은 밤이지만 좀 와 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급속히 나빠지는 병세는 끝내 피를 토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서서히 꺼져가는 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중이다.

이틀째, 와중에도 근무를 한다. 전화 벨소리에 깜짝 깜짝 놀라며 사무실에 앉아 있다. 키보드를 앞에 두고도 지금 나는 무얼하고 있을까 혼란스럽다. 온 몸의 기가 다 빠진 듯 흐물흐물 연체동물의 모양새다. 이러다 땅으로 녹아내려 붙어 버릴 것 같다.


남편은 이유도 모른 채 쓰러졌고 그대로 우리의 곁을 떠났다. 한마디 말도 없이 차가운 손만 한번 만져보고 보냈다. 그래서 아빠는 이렇게 작별의 시간을 주신 것에 감사한다.


그런데, 작별의 시간이 주어진 것도 덜 힘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누군가와 죽음으로 헤어진다는 건 고통이다. 죽음은 그런 거다.


이틀 후, 아버지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잘 살라고 유언을 남기고 웃으며 떠나셨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보내 드리는 절차는 근사하기까지 했다. 세분의 신부님이 집전하는 장례미사와 귀천을 불러주던 성가대와 어깨를 두드려주던 많은 신자분들 덕분에 가시는 길이 꽃길같다 여기며 미련을 덜어낸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시간은 짧은 편이었으니 그러면 되었다.


아버지는 사랑을 아시는 분이었다. 우리에게도 사랑을 이야기했고, 엄마에게 끊임없이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속삭이던 분이다. 며느리인 동생 댁에게는 "아가, 나는 네가 시집오던 처음부터 좋았고 사랑했데이. 진짜 너를 사랑했데이." 라고 마지막 유언을 남긴 덕분에 며느리는 눈물 범벅으로 행복하게 시아버지를 보내드렸다. 아버지는 그런 분이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수만가지이지만 이런 모습까지도 사랑의 이유가 되어 주었다. 길 떠나는 동방박사의 이정표가 되어준 별처럼 언제나 우리의 별이었던 아버지, 그래서 자식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주신 아버지, 존경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을 이제는 믿고 싶다. 어제까지는 하늘의 밝은 별이 인공위성이라고 생각 했지만, 오늘부터 하늘의 제일 밝은 별은 아빠, 나의 아버지일거라고 믿는다. 땅에서 제일 빛났으니 하늘에서도 제일 빛나겠지.


하늘의 별이 되어 지켜 봐 주세요. 열심히 잘 살게요. 잘 살아 볼게요.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등불이며 기둥이십니다. 존재의 위치가 바뀌어도 당신은 영원히 빛나는 별입니다.

나의 아빠, 사랑합니다. 영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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