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바퀴로 가는 자동차~ "
좋다. 4라는 숫자는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가족도 4인가족이 왠지 정석인거 같고 테이블도 다리가 4개라야 안전하게 오랜 시간을 버틴다.
나의 가장 큰 결함 내지 결점은 크게 두가지이다. 명사에 약해 누군가의 이름은 물론이고 사물의 이름을 기억함에 있어서 최악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주는 결점이라 하겠다. 특히 글을 취미로 쓰고 있으니 치명적인가? 사설이 길었다. 또 한가지, 잘 넘어진다. 어릴때부터 그랬다. 오늘은 이것 때문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인간들처럼 두발로 느리게 유유자적 걷는데도 순간의 어긋남으로 곧잘 넘어진다. 무릎의 생체기는 아물기 무섭게 다시 생겨난다. 그래서 장거리를 걷는 일을 무척 두려워한다. 최근에는 멀쩡히 서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폭삭 주저앉으며 넘어졌고 얼굴에 생채기를 오랜시간 달고 다니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차를 참으로 좋아한다. 적당한 안정감과 빠른 이동으로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로 가득찬 욕심주머니를 비교적 빠르게 채워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20대, 대학 신입생때부터 차를 운전했으니 꽤나 오랜시간 운전한 나름 베스트 드라이버라 하겠다. 덕분에 여행도 많이 다니고 동서남북 바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자동차는 지금의 가족보다도 오래된 나의 애착친구다. 감히 자동차가 없는 인생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그 흔한 대중교통도 내겐 편리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짧은 다리로 버스 계단을 오르거나 방향 감각이 없는 내가 지하철 승강구 안으로 들어가면 맨붕이다. 택시는 비교적 편리하지만 이상한 기사를 만나 당황했던 경우도 더러 있어서 꺼리게 되었다. 하여 나는 오로지 'my car'를 최고의 이동수단으로 친다.
안 가는 곳, 못 가는 곳 없이 동분서주하던 나도 늙는지 예전만 못한 감각에 당황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종종 뉴스에서 고령의 운전자가 사고를 낸 일이 기사로 나온다. 많은 사람이 늙으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며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허나 나처럼 이동수단이 한정적이던 사람에게 그런 권유는 일종의 선고인 셈이다. 너는 늙었으니 이제부터 집에 꼭 찌그러져 있어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먼 미래의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마하의 속도로 지나가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리라. 그래서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것이 두렵다. 발이 묶이고 몸이 고되어질 그 시간이 두렵다. 누군가는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나에게 자동차는 삶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도구이며 인생의 동반자 중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것이라고 고백하는 바이다. 그러니 어찌 미래가,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겠는가.
정비공장으로 보내지는 며칠의 시간조차 불편하고 불안한데 영원히 이별하고 누군가의 손발을 빌려 이동 하는 삶이 얼마나 불편할지 차마 상상하기도 싫다. 그래서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다.
우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