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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쩌면

by 완뚜

이국적인 분위기, 낯선 언어, 짙은 피부색, 빼곡히 들이찬 별, 숨 쉴때 마다 느껴지는 청량하고 단 공기, 우주 공간 같았던 밤의 사막 이런 것들이 나를 미치게 한다.


세계곳곳을 배낭 하나 메고 거지 꼴로 다녔던 친구가 있다. 사진이라는 같은 취미로 뭉친 우리는 곧잘 카페에 모였다. 형의 결혼 축하금을 들고 도망치듯 떠났던 여행은 꼬박 2년동안 이어졌고 때로는 노숙과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버텼다는 그의 경험담은 새로운 세상이었고 그 경험에 귀 기울이느라 밤이 깊어가는 것도 몰랐다. 나의 20대와 30대를 그렇게 흔들어 놓은 친구 덕분에 겁 없는 도전장도 내밀었더랬다. 첫 발걸음이 어렵지 두번째 세번째는 쉬웠다. 나이가 들어 환경적 영향으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는 패키지 여행이라도 다녀와야 직성이 풀린다. 나는 여행에 죽고 여행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빡세게 일년을 버티는 힘은 보름이나 한 달 정도의 해외여행으로 보상받는 삶이다. 비교적 만족스럽다.


다만, 아직도 나는 도전해보지 못한 곳이 있고, 여전히 아쉬운 한숨을 흘리는 중이다.


여행을 메인으로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드디어 차마고도가 나왔다. 티벳과 차마고도, 내가 미친듯이 가고 싶었고 준비하다 주저앉고 말았던 곳. 앞으로도 갈 수 있으리라 보장이 없는 그 곳. 대리만족이라도 해 볼 요량으로 화면 속으로 빠진다. 친구도 세 번의 도전 끝에 다녀왔다는 그 곳, 고통스러운 고산병이 번번히 발목을 잡았다며 그래서 세 번 만에 다녀왔다며 보물상자를 열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던 그 친구의 눈빛과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궁금증은 끝도 모르게 올라가는데 쉽게 입을 떼지않아 더 감질나게 했던 곳이다. 말로 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며 이야기는 머뭇거렸고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며 결국 입을 다물어버리던 곳이었다. 그래서였다. 언제나 머릿속 한 켠에 고이 접어두었던 곳이며 언젠가는 도전하리라 다짐했고 조금씩 준비도 하고 있었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아쉽고 서글픈 현실에 나는 여전히 꿈을 접고 미루어두었다. 점점 체력은 고갈되고 희망은 포기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의 희망이라도 남겨 놓아 본다.

그래도? 어쩌면?

가능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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