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이 드높고 푸르러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자꾸만 입으로 흥얼거립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날입니다. 날씨가 좋아, 하늘이 맑아 좋습니다. 언제인지도 모를 오래전부터 하늘을 좋아합니다. 좁은 곳을 싫어하는 나의 성향 탓일 겁니다. 일종의 폐소공포증 증상과 비슷한 답답하고 숨 막히는 경험으로 좁은 곳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광지로 유명해 복잡한 곳이나 자연 동굴보다는 바다나 광야로 갑니다. 넓은 평야, 넓은 바다, 드넓은 하늘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언제나 볼 수 있고 높고 넓은 것으로는 하늘이 최고입니다. 올려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물을 애써 감추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늘은 매번 다른 모습입니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입니다. 이런 날조차 지난번 청명함과는 결이 다릅니다. 그날의 날씨와 온도, 먼지의 정도와 바람의 방향, 세기가 모두 다르니 같은 하늘이 될 수 없습니다. 약간의 먼지조차 눈이 부신 파란색에 미적지근한 색을 입히고 천상과 지상에 결계를 칩니다. 위쪽에서부터 그라데이션으로 선명하던 색이 서서히 흐려지는 모습은 나름대로 특별합니다. 퇴근길에는 몽글몽글 구름 사이로 쨍한 햇볕이 마지막 발악을 하다 힘없이 자리를 내어줍니다. 차분한 붉은색으로 물드는 과정을 보며 생각합니다.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계속 저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매일 저것만 보고 살면 좋겠다고 꿈꾸듯 바라봅니다. 예뻐도 너무 예뻐서 설레는 하늘을 올려 봅니다. 세상의 근심이 멀리 도망갑니다.
취미로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던 당시의 내 꿈은 ‘하늘’을 주제로 한 개인전이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늘을 찍었습니다. 아니 구름을 찍었다고 해야겠지요. 어떤 날은 거대한 새가 나타나고 어떤 날은 천사의 날개가 되고 또 어떤 날은 포슬포슬 아기 양이 보였습니다. 해와 달이 만나는 시간은 더 아름답지요. 시나브로 감파랗게 물드는 모습은 또 어떻습니까? 검게 물들어가며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을 한없이 바라보다 세상을 벗어난 나를 만나기도 합니다. 시시각각 변화무상한 하늘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매일 고개를 쳐들고 다닙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늘을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늘로 보낸 지금도 그들을 생각하며 하늘을 봅니다. 아니 하늘을 볼 이유가 더 생긴 거겠지요.
하늘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구름입니다. 다양한 구름으로 천의 얼굴을 만들어냅니다. 구름을 분류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높이에 의한 구분으로 상층운, 중층운, 하층운으로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모양으로 구분하는 가로로 퍼지는 층운형 구름과 세로로 높이 발달하는 적운형 구름입니다. 세 번째 방법은 비가 내리는 기준으로 비가 내리는 층운은 난층운이고 비가 내리는 적운은 적란운이라 합니다. 약간 딱딱하지요? 학술적으로 접근하니 그렇군요. 다 모르겠고, 우리가 보는 구름은 참으로 모양이 다양하다는 것만 이해합니다. 내게 구름은 예술품입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는 구름을 분류할 수 있는 학자들이 신기할 지경입니다. 찾아본 김에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순우리말 이름에는 털구름, 새털구름, 면사포구름, 무리구름, 털층구름, 높쌘구름, 양떼구름, 높층구름, 흰색차일구름, 층구름, 안개구름, 층쌘구름, 두루마리구름, 비층구름, 비구름, 쌘구름, 뭉게구름, 쌘비구름 등 생각보다도 더 다양하군요. 어렵기도 하고요. 나는 그냥 양구름, 새구름, 천사구름으로 부르기로 합니다. 이름이 중요한 일일까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지진운이라는 이름의 구름도 있습니다. 지진의 전조증상이라고 겁을 먹는 구름입니다. 지진피해를 겪으며 트라우마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지진운은 일본 지진 전문가인 ‘사사키 히로하루’가 주장했는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지진운은 층층이 결을 만들어 하늘을 가득 채운 모양으로 일명 양떼구름입니다. 양떼구름이 나타날 때는 깊던 하늘이 넓어집니다.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을 보는 듯합니다. 양떼구름이 일몰쯤 나타나면 또 얼마나 예쁜지요. 붉은빛의 물결을 만드는데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빛과 구름과 일몰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하늘은 눈에 다 담기도 버겁습니다. 아름다운 하늘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아이입니다. 하여튼 구름은 많은 이름으로 불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손가락에 그 사람을 표현하는 지문처럼 말입니다. 구름이 계속해서 지문을 하늘에 찍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어제 나타난 구름양과 오늘 나타난 구름씨를 내일은 볼 수 없을 것 같아 오래 시선을 둡니다. 나는 그들을 하늘이 만들어낸 지문이라고 말합니다. 밝아오는 새벽부터 먹먹하게 짙어지는 밤의 하늘까지 언제든 올려 보고 감동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하늘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