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다

by 완뚜

아들의 손에 습진이 생겼다. 남편의 금지옥엽, 사랑하는 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해 병원을 달고 살았다. 그 대부분을 남편이 관리했고 병과 관련해 필요한 병원도 알아오고 데리고 다니고 약을 타는 것조차 남편이 대부분 챙겼다. 나는 시간을 맞춰 약 먹이고 증세의 호전만 챙겨 남편에게 보고하면 되었다. 아이의 병원행 역시 우리집 집사였던 남편의 몫이었다. 사실 집사라고 불렀지만 우리를 지탱해 주는 하늘이었다는 것은 최근에야 깨닫고 깊이 반성 중이다.


낮에 학교에서 걸려 온 아들의 전화에 순간 당황했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지? 그의 부재로 나는 나침반을 잃은 여행자가 되어 오락가락했다. 휴대폰으로 병원을 검색했다. 실력보다 가까운 것에 중점을 두고 근처 병원을 찾았다. 학교 앞에서 아이를 차에 태운 후 병원에 도착했다. 피부과라 그런지 시술하는 환자가 많아 두 시간 가량을 기다렸다.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고되다. 아픈 아이가 걱정이라 기다려서 진료를 봤다. 남편의 일이 있은 후 아들과 나는 작은 신체적 아픔에도 예민하게 구는 중이다. 이렇게 사소한 병원 진찰 받기에도 그의 부재는 너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에게 전화해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다. 그의 전화기 조차 내 가방 속에서 무음 처리되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들의 깔끔병이 습진을 키웠다는데 상태가 심한 편이다. 손가락의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난다. 몇가지 당부를 듣고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는데 너무 조용하다. 아들과 나는 평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요즘 말수가 줄었다. 고요가 못 견디게 부담스럽다. 숨이 막히고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힐끔 아들을 쳐다 보았다. 이 녀석도 아빠의 부재가 힘겨우리라. 내가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아침에 약 챙겨 먹이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뜬금없이 후두둑 눈물이 떨어진다. 급히 눈을 가리고 계단을 오른다. 이웃과 마주칠까 마음만 급하다. 기어이 거실에 도착해 주저 앉았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한 달째 달라지지 않는 우리집 풍경이 낯설어 현실적이지 않다. 나는 아직도 무성영화의 관객인 듯한 이 상황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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