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좋다.
거의 매일 베란다 밖 하늘을 촬영한다. 나름 사진동우회 시절의 실력을 뽐내며 멋드러지게 하늘을 담아 낸다. 그런데 나의 진짜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 갤러리와 클라우드를 뒤진다. 없다. 나의 하늘을 담은 사진이 없다. 장례식장에 올릴 멋진 표정의 내 님 사진 한 장이 없다. 도대체 나는 이제까지 무엇을 한 걸까? 나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산 걸까? 옆에 있을 때는 내 뿜는 빛이 너무 강했던건지 빛에 가린 그를 몰라봤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필요할 때면 언제나 그곳에 있을 줄만 알았다. 나는 언제라도 가능할 것이라 여기며 조금은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도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와 나의 시간은 싹뚝 잘려 끊어졌다. 등잔 밑 어둠 속에 혹시 남겨졌을 추억 한자락 찾아 외장하드를 샅샅이 뒤졌다. 겨우 둘이 찍은 사진에서 그를 잘라 내었다. 마치 우리의 시간이 끊어진 것처럼 그렇게. 파일로 옮겨 사진관으로 보냈다. 빈 영정에 아직 사진이 도착하지 못했다. 경황 없는 중에 이것저것 의견을 물어오는 모든 것이 내가 결정해야 하는 모든 것이 힘겹다. 조용히 그 남자만 생각하고 싶은데 이제 나는 어른이 되어야 하고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남편에게 부리는 어리광도 이제 끝났다. 그가 지켜 주던 그 많은 것이 사라졌다.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혜택을 반납 당했다. 하룻 밤의 꿈처럼.
우리는 항상 같은 곳을 바라 보느라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 가끔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기라도 할 것을. 뒤늦은 자책감에 온 몸이 떨린다. 후두둑 비가 내린다. 내 눈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눈을 점령한 태풍의 위력은 지난 태풍 보다 그 기세가 대단하다. 강수량이 사상 최고를 갱신 중이다. 물 폭탄으로 눈자위는 할퀴어졌고 콧구멍은 화하다. 시야를 가린 눈두덩은 미래까지 암담하게 만든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