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시간이 초 단위로 살을 애는 고통이었다면, 장례식장에 도착하고부터는 꿈결처럼 흘렀다. 미친듯이 오열하다가 지쳐 멍해지면 생각도 행동도 아무일 없었던 듯이 살아진다. 목도 마르고 사람을 보며 미소도 짓는다. 지인에게 남편의 병을 설명한다. 나도 뭐가 뭔지 모르면서 그냥 의문스럽다면서도 사망확인서에 적힌 주원인이었던 병명을 나열한다. 그들도 황당하고 궁금하겠거니 하는 나름의 배려지만 가끔은 그들이 오해를 하겠다 싶기도하다. 너무 담담히 읇어대는 사건 경위서 같은 남편의 행적에 대략난감이다. 사실 나는 연설문을 외운 것처럼, 녹음기를 튼 것처럼 주절주절 말하고 있지만 이 목소리가 낯설기만 하다. 이미 내가 아닌 것 같다. 육체만이 남편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나의 혼은 공중을 배회하는 중이다. 조문객과 인사하고 통곡하고 멍해지기를 반복하며 꿈결처럼 시간이 느리게, 느리게만 지나간다. 화장터에서부터의 시간은 유성영화의 슬로우비디오 같다. 나는 그 영화를 감상중인 관객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제 그만, 누군가가 흔들어 줬으면 좋겠다.
빨리 일어나라고.
한여름 밤의 악몽을 끝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