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의 크기

by 완뚜

그의 짐을 정리하며 얼마 없던 옷과 18년의 살림이 묻어 있는 영수증, 통장을 정리했다. 새삼 그가 느꼈을 삶의 무게를 이제야 실감한다.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인지 여태 비밀로 하고 본가와 혼자인 동생의 살림까지 책임지고 있었던 그의 속사정은 유품을 정리하며 어렴풋이 깨닫는 중이다. 어쩌면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었거나 다 놓고 쉬고 싶은 무게감의 도피이지는 않았을 지. 걱정될 정도로 혼자서 책임지는 삶의 무게가 무섭도록 무거웠다. 그래서 겁이 났다. 나도 그의 십자가 였을까?


집이 횡하다. 세사람이 살던 집이 둘만 남자 너무 넓어 횡하다. 곳곳이 빈자리이다. 그가 차지했던 자리는 예상보다 컸다. 넓은 집 구석구석에 당신이 있었다. 누워 있던 당신, 아들 눈치보느라 숨 죽여 방문 열고 한마디라도 붙이려고 눈치보던 당신, 빨리 들어가라고 아이 공부 방해 된다고 안방으로 쫓아버리는 나에게 끝까지 농담 한마디 더 던지고 들어가던 당신, 삐삐삐삐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오며 검은 비닐에 내가 좋아하던 수제 도너츠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던 당신이 눈에 선해 차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다. 그의 빈자리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그가 보이는 것만 같아 그의 미소가 감긴 눈에 새겨져 아프다. 34평 우리집이 너무 넓다. 무섭게 넓어서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그의 공간 장악력이 대단했나 보다. 떠난 후 그의 존재감을 알았다.


인정. 당신은 정말 큰 사람이었구나.

그땐 몰라봐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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