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by 완뚜

아들과 싸웠다.

입시 설명회가 있다는 소식에 남편이 있었다면 꼭 다녀오라고 몇 번이고 확인했을 터라 고민도 없이 신청서를 넣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시작되는 행사라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늦게 퇴근하게 된 동생의 부탁을 받아 조카의 하교를 도와주고 나니 저녁 챙길 시간이 부족할 듯도 하고 혼자 밥 먹을 아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였다. 미리 식사 준비를 해 두고 좋아하는 삼겹살도 준비해 두고 동생에게 퇴근 후 우리 집에서 셋이 식사를 하라고 얘기해 두었다. 조카와 아들을 집에 남겨 두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고2 아들은 요즘 입시 때문에 혼란스러워했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약간의 가닥을 잡은 느낌이랄까? 두 시간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으니 벌을 받는 듯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 오르면서 휴대폰을 보았다. '엄마, 이모네가 아직 안 갔어.' 조용해야 공부를 하는 아들이 항의하는 문자였다. 갑자기 기분이 상하면서 집에 돌아가면 아들에게 한 소리 듣겠구나 싶었다.
동생과 조카는 거실에서 과제를 하고 있었고, 아들은 내다보지도 않는다. 아마 혼자 있을 조카가 걱정되어 동생은 집에 가지도 못 하고 있었나 보다. 모두에게 미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방으로 가 보니 침대에서 등을 보이며 누워 있다. 교복도 그대로다. 나가기 전에 교복을 갈아입고 있으라 했는데, 깔끔쟁이가 옷도 그대로 입고 침대에 누워 있다.며칠째 수행평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아들이 기어이 터졌나 보다. 내용도 힘들지만, 손가락이 부러져 컴퓨터 작업을 힘들어했다.
왜 누워 있냐고 가까이 가서 아들을 보니, 이불이 푹 젖어 있다. 울고 있는 아들을 보니 순간 화가 치밀었다. 내가 뭘 하고 있나 싶고, 손발이 되어 모든 것을 다 도와줘야 하나 싶고, 그러다가 문득, 아빠 보내고 잘 버티더니 이제 터졌나 싶었다. 내 잔소리 몇 마디에 평소 그렇지 않던 아들이 소리를 지른다. 여러 번 비명을 지르더니 눈물을 쏟아낸다. 나는 순간 생각이 멈추고 손이 나갔다. 몸을 잡아 흔들며 일어나라고 했다. 아들의 몸이 천 조각처럼 흔들린다. 전혀 반항도 하지 않고 힘도 주지 않는다. 처음이었다. 반항하지 않고 엄마의 화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말도 한마디 없다. 갑자기 무서웠다. 중재자가 없다. 아들과 다툼은 항상 사소했다. 남편이 있으면 결국은 끝이 나고 화해를 했다. 반대로 부자지간의 싸움도 내가 나서면 끝이 나고 맛있는 야식 따위로 화해를 시도했다. 이제 둘이 해결해야만 한다. 이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나만 아파하고 내 생각에만 빠져있었구나. 동생을 보내고 소파에 앉았다. 남편이 너무도 그리워 눈물이 났다.

아들이 옆으로 오더니 내 손을 잡는다. 나는 혼자 밥 먹는 네가 걱정되었다고 얘기했다. 이런저런 넋두리가 시작되었다. 또 다. 아들이 내 얘기를 들어 주고 나를 위로한다. 제가 어른인 양 구는 아들을 보며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 싶다.

봐! 당신이 없으니 엉망진창이잖아. 당신이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던 두 사람이 각자가 책임져야 하는 역할에 힘들어하고 있어. 어쩌면 좋을까?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가 제 역할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