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by 완뚜

며칠이 참 바빴다.
아이의 손가락이 부러졌고 기분 전환하라며 뮤지컬 티켓을 선물 받았고 조카들과 함께 납골당을 방문하고 근교를 여행했다. 남편에게 가기 전 납골당에 꽂을 조화를 사기 위해 꽃 시장에 다녀왔다. 정신없이 시간을 쪼개어 움직이고 나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일주일이 지나갔다. 바쁜 만큼 마음은 안정을 찾는 듯했다.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처진 기운을 끌어모아 정신을 차리고 성당으로 향했다. 입구에 설치된 체온 체크기가 연신 삑삑 경고음을 낸다. 몇 번을 다시 재어도 똑같다. 38.2도. 담당하시는 분이 비접촉 체온계로 다시 열 체크를 하니 37.5도 불합격이다. 돌아서 나오는데 남편의 연미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길어봐야 며칠 되지도 않는 그를 위한 기도 시간을 이렇게 빠지게 되니 내 의무와 책임을 외면하는 것 같기만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감기몸살 기운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어제 폐교 운동장에서 너무 오래 앉아서 찬 바람을 쐰 것 같다. 종일 집에서 지내는 나를 위해 남편이 사 준 돌 소파에 전원을 넣고 누웠다. 주말 동안 밖으로 돌아다녔더니 집은 엉망이다. 돌 소파에 몸을 눕히기가 무섭게 금세 엉덩이를 들었다. 눈에 띄는 게 일거리다.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고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돌아와 누웠다. 오늘도 텔레비전은 혼자서 잘도 논다. 조용한 것이 못 견디게 싫어 틀어 놓은 텔레비전은 여전히 소음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눈만 껌뻑이며 멍한 머리로 천장을 본다.

벌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집의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당번이 사라졌다. 그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 이 일 역시 내 몫이 되었다. 그는 비위가 약해 화장실 쓰레기는 못 버리겠다고 해서 음식물은 그가 화장실 쓰레기는 내가 담당하고 있었다. 이제 다 내 차지다. 이런 것이 내 차지가 되는 건 그래도 괜찮다.

아프면 안 되는데.
여전히 천장을 보고 누워 눈만 껌뻑인다. 약 지어다 줄 내 편도, 병원에 함께 가 줄 내 편도, 이제 옆에 없다. 이렇게 컨디션이 떨어지면 남편은 만사를 제쳐 두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집에 가져다주고 가곤 했었다. 점심때 먹으라며 굶지 말라며 당부하던 그였다. 내 편을 잃어버린 뒤 생각도 잃어버린 듯 머릿속은 횡 하기만 하다. 귀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또 이명이 찾아온 모양이다. 고질병이 시작되었다. 몇 달 전 받아 둔 이명 치료용 신경안정제가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찾기가 귀찮다. 좀 쉬어야 하는데, 낮잠이라도 자려 했는데 귀에서는 더 크게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차라리 그의 심장 뛰는 소리라면 좋겠다.

내가 하면 된다.
재활용 쓰레기 비우는 그런 것, 힘들지도 않는 그런 것은 내가 해도 그만이다. 그런데 아들의 손가락뼈가 부러져 정형외과에 데려가는 것과 아들을 다독이고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도, 내가 미열이 나서 드러누운 것도, 약 좀 사 달라고 전화해도 받을 사람이 사라진 것도 모두 서럽다. 힘들다. 마음은 힘들고 그가 보고 싶다.

오늘은 아파서, 그래서 그의 생각을 했다. 아프지만 않았다면, 아들도 나도 아프지만 않았다면 그나마 오늘 하루는 어찌 버텼을 텐데. 어제 보고 온 그가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