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게 없어서

by 완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온종일 구인사이트를 둘러보고 구직을 위해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구인사이트를 둘러 봐도 조건에 맞는 곳이 없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성 일자리센터에서도 남편 장례식 치른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사람을 꼭 오라고 설득해 삼 일간 특강을 듣게 하더니 연락이 없다.

인터넷으로 뒤져보고 확인하고 교육 관련 정보도 알아보았다. 직업 훈련원을 몇 군데 찾아보고, 곧 시작되는 회계운용사 자격증반에 신청서를 넣었다. 나이가 많아 따라갈 수 있겠냐며 면담을 요청해 왔다. 살짝 상한 마음을 주저앉히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선생님은 이제까지 신청자 중 최고 고령이라고 일단 기선 제압이다. 어디서도 말로 지지 않던 내 말발로 일단 그간의 경력과 할 수 있다는 열의를 표현했다.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하더니 담당 선생이 교육 문제는 잘 따라갈 것 같아 걱정이 없겠다고 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5개월의 교육과정 도중에 취직이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도중에 그만두는 건 안된단다. 최소 80% 교육은 이수해야 한다고 강하게 못을 박는다. 나는 5개월이나 놀 수가 없다. 심지어 매일 사 먹어야 하는 점심과 주차비 등이 내 발목을 잡았다. 남편이 있었다면 모를까 5개월씩이나 돈을 축내며 지낼 수는 없다. 모두 현실에 맞지 않았다. 정중하게 거절하고 나왔다.

모든 것이 너무나 까다롭다. 내가 배부른 투정을 하는 걸까? 구직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들다니 상상도 못 해 본 상황이다. 누구는 그 나이에 취업 되겠냐고 가게를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권한다. 가게 오픈은 쉬운 일인가?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주변에서는 간병인,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조리사 등을 추천하며 교육을 받아보라고 한다. 그것도 아니면 김밥, 치킨, 탕수육 같은 장사를 권하기도 한다. 물론 다단계나 보험회사는 더 발 빠르게 손을 내민다. 아줌마 구직자에게 권하는 전형적인 코스이다. 물론 그런 것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심사숙고하고 누구나 얘기하는 길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을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신중하게 상대를 배려하며 정보를 주었으면 좋겠다. 매번 알겠다, 고맙다, 하지만 시큰둥해 보이는지 정보를 주는 사람은 기분이 상해 보인다. 내가 눈이 높은 탓일까? 그런 일들도 당장 교육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내 눈에는 모두 못 먹는 떡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정보는 찾아보기로 한다.

아직 남편 보낸 지 두 달도 되지 않았다. 내가 선급한 걸까? 점점 자신감이 줄어든다. 겁이 난다. 어디서 가닥을 풀어야 엉킨 실타래를 쓸모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나이 많은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이 어려운데 코로나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으니 경기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고, 직장에서는 있던 사람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을 리가 없다는 좌절감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결혼 전 업무의 연장선인 일을 찾게 되어도 좋고 나이 많은 아줌마를 모아 놓고 단순 작업을 시키는 일이라도 좋다. 혹은 취미로 했던 사진이나 영상 촬영 일이라도 땡큐다. 무엇이든 괜찮았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불이 꺼진 길고 긴 터널 속에서 방향을 잃은 개미의 심정이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