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by 완뚜

《고통이 잠시 사라질 때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깊이 잠 들었을 때 뿐입니다.》
-루쉰의"먼 곳에서 온 편"에서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움츠리고 밖으로 나왔다. 밤 사이 떨어진 낙엽이 거친 바람에 요동 친다. 사람 키의 갑절 높이 만큼 날아 올랐던 낙엽이 순간 낙하하며 땅을 뒹군다. 건물 구석에서는 낙엽을 품은 회오리의 장난질에 난장판이 된다.

스산하다. 아이를 내려 주고 돌아 오는 길, 남편의 부재가 바람을 타고 내 심장을 얼린다.

춥다. 올해는 많이 추울 모양이다. 아이도 춥다는 이야기를 달고 산다. 겨우살이 살림이 걱정이다. 가을 내내 저장하는 다람쥐처럼 부지런히 물어다 나를 무언가라도 있으면 좋겠다. 몸살 나게 바빠서 한 눈 팔 수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없이 움직이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면, 겨울 잠 자는 개구리라도 되어 한 겨울 추위를 외면 할 수 있다면 감사할 텐데. 말도 안 되는 상상만 늘어 놓는 나를 탓하듯 여전히 바람은 분다. 이렇게 스산한 바람이 불면 흩어진 낙엽 때문에 거리는 추해지고 나는 춥다.

여전히 허전하고, 할 일은 없고, 심장의 고통은 삶이 되었다.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아픔이다. 그의 빈자리는 돌이킬 수 없고 돌아오는 모든 계절이 추울 것이고 삶이 녹녹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겨내야 한다. 이겨내야만 한다. 이제 그것이 나의 과제가 되었고 계속 아프겠지만, 그래서 견디기 힘들겠지만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볼 것이다. 이것이 새롭게 나의 어깨에 올려진 십자가이다. 의무를 다 한 후 때가 되면 당당하게 그를 만나고 싶다. 그때는 푸념을 늘어 놓느라 내 수다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채워지지 못하는 그의 빈자리가 늘어나기만 한다. 그래서 더 춥고 나는 여전히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