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by 완뚜

땅굴 속에 숨어 있었다. 요즘처럼 이상한 시절이니 가능하기도 하다. 4인이상 모일수 없는 이상한 세상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일하는 모든 일상을 혼자 누리는 일이 가능했다. 사실 아들을 옆에 끼고 혼자의 세상에 잠겨 있는 나는 이기적인 부모였지만 기다려 주는 것인지, 본인도 땅굴 속에 있는 것인지,


고3아들과 갱년기 엄마, 둘은 상식적이지 않게도 작은 충돌 없이 완벽하게 이기적인 벽을 둘러 쌓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생각보다 편안하다. 혼자라 외롭기는 했지만, 비교적 평온하다. 덤덤하고 무료한 시간이 흘러간다. 흠이라면 그 시간의 흐름이 느리다는 것 정도. 혼자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평생 옆에 있는 누군가를 의지하고 함께 움직였던 나는 처음으로 온전히 혼자의 시간에 갇혔다.혼자 밥을 먹고 혼자 울며 시간을 보냈다. 추억이 쌓인 집에서 우울해 하던 아들을 이모집으로 피신시키고 혼자 남은 나는 그렇게 한 달을 땅굴 속에서 허우적댔다. 이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온 아들이 곁에 있는 지금도 땅속에서 기어나오는 것이 힘겹기만 하다. 한 달 동안 깊이도 땅 속으로 파고 들었나보다. 몸서리치게 외로워 못 견딜 만큼 가슴이 에리더니 아들이 돌아왔는데, 내 삶의 목적이 곁에 왔는데 나는 탈출을 미루고 멈짓거리며 몸을 웅크린다. 생각보다 굴 속으로 파고 들어 혼자 먹고 자고 울고 통곡하는 일이 체질에 맞나 보다. 아들을 옆에 두고 넘어가지 않는 밥을 함께 먹고, 울고 싶은 심정을 애써 누르고, 그를 머리 속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헛된 노력을 기울이는 이 시간이 귀찮다.

그래서였다. 미안했지만 아들과 함께 우리 두사람은 서로의 굴 속에서 생활하는 중이다. 녀석도 나도 같은 마음일 것 같아 나는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습관적 잔소리를 다시 삼킨다. 조금만 더 이렇게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과하지 않게 그렇게.



요즘은 글을 쓰는 것이 두렵다. 겨우 찾은 즐거운 소재도 끝으로 가면서 마음이 투영되어 슬픔으로 빠져버린다. 좋은 풍월도 한두번만 좋다고 했는데. 나는 쏟아내니 시원한데 보는 사람은 참 답답하고 짜증나겠다는 생각에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감정에 결국 나는 손발 다 들고 항복이다. 글이라도 써야 위안이라도 될 것 같았다. 어디까지 질질 끌려갈지? 제가 이길지 내가 이길지 갈때까지 가 보련다. 그런마음으로 없는 시간 쪼개어 또 넋두리 중이다. 중심을 잃은 내 삶의 가치관으로 혼란한 중에 쏟아내는 감정의 찌꺼기는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쓰고 토해내야 답답증이 조금이라도 내려가는 기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