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건물을 지탱해 줄 기둥을 튼튼히 만드는 일이다.
나는 오래된 건물을 좋아한다. 긴 세월을 간직한 이야기가 있어서 좋고 가끔은 흉내 낼 수 없는 쾌쾌한 세월의 냄새 마저도 감동이다. 전통 있는 고찰을 둘러 볼 때면 특히 크고 웅장한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다. 나무로 만든 기둥 앞에 서서 손을 뻗으면 기둥은 따스하게 체온을 나누어 준다. 오랜시간 그 자리를 지켜 온 고목의 기둥은 많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지만, 그 상처와 바래진 색은 마음에 잔잔히 스며든다. 이런 기둥의 듬직함이 참 좋다. 그래서 나는 처마 밑 기둥이 좋다.
내가 살던 안전하고 든든했던 집이 무너졌다. 무너져 버린 잔해에서 구사일생 살아 남아 옅게 남은 숨을 몰아 쉬며 하늘을 보았다. 참 푸르고 맑다. 구름 한점 없다. 겨우 살아 남아, 거친 숨을 내 쉬며 바라 본 하늘은 아무것도 없었다. 말간 하늘은 시리게 아팠다. 고개를 돌려 기둥을 본다. 든든하게 받쳐 주던, 그래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둥이 꺾이고 날카롭게 부러져 있다. 단칼에 베어져 나간, 눈 깜짝할 여유도 없이 무너진 기둥을 기억한다. 아들과 나는 잿더미에 묻혔다. 숨은 턱턱 막히고, 눈은 따갑다. 몸은 가위에 눌린듯 옴짝 달싹 할 수도 없다. 제발 꿈이기를, 제발 이 시련을 거두어 가시기를 기도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스스로 잿더미를 밀어내고 빠져나오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제 밖에서 구조해 줄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야 확보도 어렵고 기둥이 어느정도 무사한지? 재건은 가능한지도 알지 못했지만 빠져나와야만 했다. 지붕이 부서지거나 담벼락이 부서지는건 고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기둥은 다르다. 다시 회복은 불가능해 보인다. 처음 벼려져 잘려 나간 기둥은 결국 서서히 침몰하는 중이다.
나는 조금 더 빠른 발걸음으로 그 옆에 새로운 기둥을 만들어야만 했다. 내 기둥을 잃어버린 것을 온전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새로운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 보는 중이다. 이 재료가 아니면 빨리 다른 재료를 찾아야 한다. 그나마 남아서 버텨주고 있는 기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해 내야만 하는 일이다.
이제 내가 아이의 기둥이 되어야 하기에 시간이 없었다. 나는 결국 슬퍼할 시간도 없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아픔을 목으로 넘기며 심장에 쌓아두는 중이다. 자꾸만 심장이 무거워진다. 이러다 내 몸무게의 대부분을 심장이 차지할지도 모르겠다.
기둥이 무너질때 다치고 상처입은 나는 피를 철철 흘리며 다리를 절며 새로운 기둥을 만든다. 내 기둥을 단칼에 쳐서 훔쳐가 버린 누군가를 지독히 원망하며, 흘러 짓물러 버린 눈을 부릅뜬다. 버텨야 한다. 더 잘 만들어가야 한다. 아직은 어설픈 걸음이지만 우리를 받쳐주던 그를 기억하며, 그에게 당당하기 위해 나는 열심히 하루를 버틴다. 비록 아직은 밤에 베갯잇이 눈물로 얼룩지는 시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