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신발을 정리하고 쌓였던 먼지를 털어낸다.
넓은 집에 자꾸 공간이 생긴다. 남편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세탁소에서 온 문자다. 이틀을 그냥 두었다. 그러다 문득 남편을 버려둔 것 같아서 전화번호를 탐색해 위치를 알아낸다. 이런 일도 그동안 남편의 몫이었다. 청소, 빨래, 요리 외의 모든 집안 대소사를 본인이 즐겼다. 장보기 조차 남편의 몫이었다. 그런 그의 세탁물을 찾기 위해 위치를 알아내고 매장에 들러 옷을 찾았다. 세탁물을 찾던 사장님이 '잠바가 어떤 모양이었지요?' 한다. 알수가 없다. 세탁물이 걸린 옷걸이를 살핀다. 낯익은 빨간 니트 소매가 보인다. 내가 사 와서 예쁘다며 입혔던 옷이다. 겨우네 즐겨입던 옷 소매를 보며 눈에 힘을 준다. 주책없이 굴뻔 했다. 사장님이 내어 준 옷 다섯 벌. 남편이 옷장에 뭉쳐 두었다가 내가 짜증을 내며 세탁소에 보내라고 내어 주었던 그의 계절 지난 겨울 옷. 주인 잃은 옷을 차에 걸고 돌아 오는 길, 다시 가슴은 아리고 꺼이꺼이, 눈물이 쏟아진다.
입어보지 못하고 비싸게 사서 옷걸이에 고이 걸어 두었던 새 옷은 아들이 입겠다고 한다. 아빠 물건 다 버리기 싫다고 평소 아빠가 쓰던 안경을 깨끗이 닦아 책상서랍에 넣어 두었다. 이제 옷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 그런 줄 알았다. 집에서 입는 생활복을 걸어 두는 옷걸이 뒷편에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이 봄가을로 즐겨 입던 브이넥 가디건이 보였다. 빨았던 건지 확인하느라 코에 가져다 댔더니 남편의 냄새가 난다. 방금 입었던 옷처럼 그의 체취가 남아 있었다. 깊에 심호흡을 하며 그의 체취를 들이마신다. 좋다. 이렇게 좋은 향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먼 길 보내고 나니 향기롭기만 하다. 다시 예쁘게 옷걸이에 걸어 두었다. 조금은 더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부리나케 안방으로 가 남편의 휴대폰을 꺼냈다. 갤러리를 뒤지고 밴드를 뒤져 내가 못 본 그의 사진들을 내 휴대폰으로 전송한다. 모임에서 활짝 웃는 그의 모습, 회사에서 단체로 간 몇 번의 해외여행에서 행복한 모습, 사랑하는 조카들의 모습까지 많은 사진이 갤러리에 있다. 몇 시간을 뒤진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남편의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이라도 하나 남아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없다. 연애할 때 남편의 전화 목소리에 반했었는데 잊고 있었다.
나의 하늘은 그 근사한 목소리 마저 남겨 두지 않고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