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마음들
가까워질수록 느려지는
이상한 내 발걸음
- 이별 -
오늘은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우리가 자주 가던 익숙한 커피숍이 목적지다. 이별을 결심하고 나온 길인데, 왜 이렇게 발걸음이 무거울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이 길 끝에서 너에게 이별을 말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정말 이별을 원하는 게 맞기는 할까?
커피숍 앞에 도착하니 가슴이 싸늘해진다. 문을 열면, 너는 늘 그랬듯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겠지. 그 순간을 상상하니 내 결심이 흔들린다. 그런 너를 두고 떠날 수 있을까? 이별을 말하려던 만나러 가는 마음이 자꾸만 뒷걸음질 친다.
커피숍 안, 너는 평소와 다름없다. 따뜻한 눈빛, 익숙한 미소,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화.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이별이라는 단어를 숨긴 채 그냥 웃고만 있다. 너의 목소리가, 우리 사이의 익숙함이,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를 잊게 만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별에 대한 확신은 점점 더 흐릿해지고, 나는 여전히 그 끝자락에서 망설이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평소처럼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다. 내가 정말 이별을 바라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요즘 내 감정이 흔들려서 그렇게 생각한 걸까? 만약 지금이라도 결심을 바꾼다면, 우리는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마음을 흔든다.
너를 배웅하며 걷는 길. 너의 집이 가까워질수록 내 발걸음은 더 무거워진다. 발끝에서부터 밀려오는 아쉬움과 두려움이 온몸에 스며든다. 집 앞에 다다르면 정말 끝나는 걸까? 이 길 끝에서 너를 보내는 일이, 우리 이야기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것 같아 두렵다. 나는 발을 옮길 때마다 마음이 내려앉는 걸 느낀다.
가까워질수록 느려지는 이상한 내 발걸음. 어쩌면 이건 내가 이별을 정말 원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아니, 이 순간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 너의 집 앞에 도착한 나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뒤돌아선다. 아직 놓을 수 없는 그리움과, 끝내 전하지 못한 이별의 아쉬움이 뒤엉킨 채로.
그렇게 나는 되돌아간다. 느려지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담긴, 내 혼란스러운 마음과 함께.
유튜브 동영상 보기 : https://youtu.be/jdt6tkWCdo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