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마음들
잠들기 전 몇 줄만,
그렇게 아침이 왔다
- 밤샘 -
잠들기 전 몇 줄만 읽겠다고 책을 펼쳤다. 한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기고, 어느새 시간은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까만 밤이 더 깊어졌는데, 책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른다.
"오늘 밤은 나와 책만 알고 있는 은밀한 약속 같았다."
몇 줄만 읽고 덮으려던 책이 이렇게 나를 붙잡을 줄이야.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헤집어보고, 그들이 마주한 세계를 떠돌다 보니, 현실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책 속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빛이 창가를 두드리고 있었다.
밤샘은 묘한 마법 같다. 낮 동안에는 한참을 읽어도 지루하게 느껴지던 글자들이, 밤에는 유난히 빛나 보인다. 조용한 방 안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마저 리듬처럼 들린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이야기들은 나만의 것이 되고, 나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은 기분에 젖는다.
"잠든 세상이 멈춘 동안, 나는 책 속에서 더 멀리 나아갔다."
그렇게 밤새워 읽은 책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열쇠가 된다. 문장 속에 깃든 감정이 깊이 스며들고, 이야기가 끝나면 현실로 돌아오기 어려울 만큼 깊이 빠져든다. 아침이 와서야 비로소 책을 덮으며 깨닫는다. 단 몇 줄을 읽으려던 내가, 또 하나의 세계를 여행했다고.
"밤샘의 끝엔 아쉬움과 함께, 어김없이 새로운 아침이 기다리고 있다."
책과 함께 한 밤은 언제나 짧다. 그러나 그 밤의 기억은 한낮의 햇살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