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마음들
그 페이지에 멈춘 이유,
아직도 나는 잘 모른다.
- 책갈피 -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이유를 딱히 알 수는 없다. 눈이 머문 문장이 내 마음을 건드렸던 걸까, 아니면 그 페이지 전체가 내게 말을 걸었던 걸까? 그저 손에 든 책갈피를 천천히 끼워 넣으며, 나도 모르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페이지에 멈춘 이유, 아직도 나는 잘 모른다."
우리는 책갈피에 마음을 남긴다. 단순한 종잇조각 대신 소중한 무언가를 끼워 넣는다. 누군가와 나눈 짧은 편지, 지나가다 주운 말린 꽃잎, 시간이 묻어 있는 사진 한 장. 그 페이지가 단순한 글의 집합이 아니라, 내 마음이 잠시 머물렀던 자리였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서.
시간이 흘러 그 책을 다시 펼치는 날, 나는 또다시 그 페이지 앞에 멈춰 선다. 처음엔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 이 문장이 내 마음을 울렸는지, 왜 이 꽃잎이 그 자리에 꽂혀 있었는지. 그러나 책갈피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읽다 보면, 그날의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천천히 떠오른다.
책갈피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이어준다. 책은 그대로인데, 시간은 흘렀고, 나는 변했다. 그렇기에 그 페이지에서 다시 머물러 보는 일은 묘하게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시선으로 그 순간을 다시 해석하게 될까?
"책갈피는 잊힌 나를 다시 만나는 작은 다리다."
나는 또 다른 책갈피를 꽂는다. 지나간 시간을 새롭게 덧칠하며, 지금의 나를 조용히 남겨둔다. 언젠가 또다시 이 책을 펼칠 날이 오겠지. 그리고 그날의 나는 지금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의 흐름이 멈춘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한 흔적 속에서.
"그 페이지에 멈춘 이유, 아직도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해도 괜찮다. 멈춘 이유는 내가 아닌, 마음이 선택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