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도 먼 사이

엘레베이터

by 라이트리

엘리베이터를 타면

왠지 마음도 조용해진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좁은 공간 안에 나란히 서 있는 시간.

누군가 말을 걸지도 않고,

그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게 어색했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이토록 침묵이 짙은 공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


말을 해도 괜히 민망할 것 같고,

가만히 서 있자니 공기가 무겁게 느껴지고.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침묵은

엘리베이터라는 공간 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상하게 더 큰 침묵이 자리할 때가 있다.

가령,

함께 있는 건데

마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대화는 없지만 눈치는 있고,

표정은 보이지만 마음은 안 보이고.


함께 탔다는 이유만으로

덜 외로울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오히려 그 순간

외로움이 더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란히 서 있는데

멀리 서 있는 기분.

나도 그렇고,

아마 너도 그랬을 것이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말을 줄이고,

사소한 일로 감정을 접고,

‘다음에 얘기하자’고 미루던 감정들이

어느새 말 한 마디 건네기 어려운

거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함께 타고 있긴 하지만

서로 다른 층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지만

도착지는 다르고,

속도도 다르고,

마음의 방향도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내린다고 해서

같은 목적지로 가는 건 아니니까.


가끔은 그 침묵을

용기 내서 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어때?”라는

아주 짧은 질문 하나라도.


한 층쯤은

함께 머물러도 좋지 않을까.

굳이 목적지가 같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일까.


요즘의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이따금 그런 마음이 든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건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

서로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는 동안,

조용히 나를 마주하고,

네가 있는 방향을

잠깐이라도 바라보는 시간.


그 짧은 이동 속에서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말’이 아니라

‘마음이 닿을 틈’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누군가와 엘리베이터를 탄다.


함께 타면 덜 외로울 줄 알았는데,

그 침묵 속에

우리 둘 사이에 끼어 있는 외로움을

나는 이제

조금은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외로움은,

아직 우리가 완전히 멀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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