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31.
4차 산업혁명시대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입니다. “O2O를 넘어 이제 O4O”라는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라인으로 출발한 기업들도 오프라인으로의 확장,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경험을 우선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경험의 혁신을 통한 오프라인 성과 없이는 기업과 브랜드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들도 이제는 과거 매장에서 제공하던 이벤트나 서비스로는 고객의 방문을 확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의 변화에 맞물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정교한 경험 설계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이 오프라인에서 고객 경험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브랜드들이 어떤 방식으로 오프라인 경험 설계를 하고 있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뷰티, F&B 분야는 선도적으로 디지털 및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 공간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그 중 눈에 띄는 공간이 바로 아르마니의 뷰티 스토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전세계 최초로 오픈 한 시네마 컨셉의 첫 번째 정식 매장이죠. 아르마니는 고객들과 보다 가까이 소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로 팝업스토어 ‘아르마니 박스’를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 선보였었는데요. 팝업스토어의 성공에 힘입어, 비슷한 컨셉의 정식 스토어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헐리우드 레드 카펫에서 영감을 받은 시네마 컨셉이 돋보이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 스토어
‘아르마니 박스’ 때부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디지털 액티비티를 활용하여 디지털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다양한 디지털 체험 아이템들이 좀 더 정교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뷰티 스토어에서도 구현되었습니다. 직접 영화 속 주인공처럼 촬영이 가능한 '셀프 슈팅 스튜디오'와 테스트해 본 제품과 메이크업 과정을 저장할 수 있는 '커넥티드 미러', 아르마니 뷰티 룩에 사용된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아르마니 룩스' 등 각종 디지털 연계 프로그램들이 작은 매장 곳곳에 연출되어 있습니다.
▲ 화면에서 원하는 룩을 클릭한 뒤 티켓과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어떠한 제품으로 메이크업을 했는지 자세한 정보를 내 모바일로 받아 볼 수 있는 ‘아르마니 룩스’와 레드 카펫 위 무비 스타로 변신시켜주는 메이크업 서비스
무엇보다 스토어 입장 시 얻을 수 있는 '디지털 뷰티 티켓'을 통해 매장에서의 모든 활동을 개인 휴대폰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데요. 자연스럽게 제품을 체험하고 나의 정보를 공유하도록 매장 내 고객 경험이 잘 설계되어있다는 느낌입니다. 시네마라는 하나의 컨셉 아래, 매장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곳을 넘어 브랜드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각적으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식사를 하기 위해 들린 푸드코트에서 음료를 사기 위해 우연히 들린 편의점은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바로 세븐일레븐의 첨단 편의점 시그니처입니다. 핸드페이, 자동스캔 무인 계산대, 최첨단 스마트 시스템으로 무장한 이 곳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공간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 정맥인식 (핸드페이)을 통한 입장이 가능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호점
▲ 인공지능(AI) 결제 로봇 ‘브니(VENY)’, 브니와 손을 잡으면 손 정맥과 연동된 특수 계산 장치로 결제가 가능함 (Hand-pay)
정맥 인증을 통해 구매가 가능한 담배판매기와 한번 바코드로 등록해 놓으면 정보가 바뀔 때마다 일괄 자동으로 수정되는 전자 가격표, 센서 인식을 통해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는 쇼케이스 등 다양한 기술이 돋보이는데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은 접촉을 원치 않는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여 첨단 기술을 활용해 타겟 고객을 위한 맞춤형 스토어를 제시했습니다. 디지털 기술로 연결된 무인편의점에서 상주 직원은 물품 관리 등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고객들은 원치 않는 접촉을 피하면서 새로운 구매 경험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활동성과 액티비티가 강조되는 스포츠 브랜드는 뷰티 산업과 더불어 가장 발 빠르게 디지털 문화를 도입하고 있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이미 나이키가 미래 그들의 경쟁자는 ‘다른 패션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구글’이라 이야기한 것은 널리 알려졌죠.
스포츠브랜드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강남역의 슈즈 편집샵 ABC마트는 새롭게 매장 그랜드스테이지를 개편하여 선보였습니다. ‘모든 스테이지가 새로운 경험이 된다’는 모토로 구성된 ABC마트의 뉴 그랜드스테이지 강남은 3개층 각각에 다른 컨셉의 스테이지로 연출되었는데요. 각 층은 스토리텔링을 위한 센터스테이지, 퍼포먼스 장소로서의 그랜드스테이지 그리고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백스테이지 등 3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온오프 경험을 추구한 픽업 부스입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픽업 서비스로 주문한 후 매장 3층 락커에서 소비자가 직접 번호를 눌러 제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 직접 제품을 찾아갈 수 있는 무인 픽업부스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포토 부스, 그래비티 작가와 협업하여 인테리어 연출요소로 활용한 디지털 이미지
인테리어 역시 기존과 다른 차별성을 두고자 했습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제품 디스플레이와 유명 그래비티 작가와 협업한 그래픽 등으로 공간 디자인에도 디지털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네이버, 야놀자, YES24. 서로 다른 분야의 온라인 사업 선두 업체들이 힘을 모아 오프라인 공간을 만든 곳이 있습니다. 오픈과 동시에 지역의 문화 명소가 되었죠. 바로 지난해 가을 부산에 옛 공장 지대를 개조하여 만든 복합문화공간 F1963 내 입점한 YES24 중고서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서점 YES24에서 운용하는 오프라인 스토어라는 목적을 토대로하지만, 여기에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도서 수거를 돕는 자율주행로봇부터 야놀자에서 만든 디자인과 컬쳐 콘텐츠 등 기존의 서점과는 다른 다양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눈에 띄는 공간입니다.
▲ 옛 공장터를 흔적을 살려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든 YES24@F1963 (출처: F1963 공식 홈페이지)
▲ 방문객이 본 책을 상단의 적재 공간에 넣으면 자동으로 지정된 장소로 옮겨 놓는 자율주행로봇 ‘어라운드’ (출처: 네이버랩스 공식페이지 )
YES24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한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네이버는 로봇 사업 진출을, 디자인 경험을 설계하는 파트를 맡은 야놀자는 여가 공간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로써의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나의 공간(플랫폼)으로 모여 색다른 스토어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재미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디지털시대, 온라인이 화두가 되면 될수록 실제화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은 오히려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직접 체험해보고 느껴본 경험의 기억이 온라인상의 간접 체험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죠. 사실 이제는 온오프라인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각인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디지털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이 죽지 않고 더욱 더 중요해지는 것은 결국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실제적 공간이라는 불변의 장소성 때문일 것 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공간 플랫폼 안에서 더욱 편리해진 기술과 디지털 문화를 이용하여 어떻게 하면 다양한 취향을 가진 고객들에게 취향 저격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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