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은 한 살 나보다 더 많았다.
어느 날인가 갑자기 나타난 그 애는 일 년을 꿇었다고 했다. 어쩌다 보니 함께 다니게 되어 점심을 먹고 학교 화단 담벼락에 기대 해바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남향의 담벼락은 따뜻했으나 서로에게서 읽히는 곤궁함은 메꿔주지 못했다.
다만, 서툰 바느질로 걸레를 만들던 가사 시간의 숙제처럼 삐뚤빼뚤 하고 엉성한 시침질로 함께 시간을 이어 붙일 뿐이었다.
'드르륵'
한 학년 유급을 하고도 자주 지각과 결석을 밥 먹듯 하는 그 아이가 2교시 사회시간에 뒷문을 열고 정적을 깨며 들어오자 " 니는 왜 또 늦었는데!"라고 담임이었던 사회선생님이 화를 내었다. 교실 앞으로 불려 나온 아이는 " 엄마가 밥을 늦게 줘서요"라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고등학교 3학년 아이 입에서 나올 대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이었을까. 사실의 위태로운 면피를 뒤집어쓴 허약한 진실들이 얼마나 많은가. 선생님은 "고3씩이나 되어서 그게 핑곗거리가 돼?"라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는 출석부로 머리통을 때렸다.
M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한심한 아이가 되었다. 겨우 열아홉이니 그런 멀건 대답을 할 수 있었을 터였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께서 굳은 얼굴로 교실에 들어와 M에게 가방을 싸서 집으로 가라고 말했다. 차가운 겨울이었고 바람이 드세던 날이었다. 고기잡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버지를 차가운 바닷속에 묻고, 미경이는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무심한 바다는 오래 살아남았다. 사람을 삼키고, 잘 빻은 밀가루 같은 흰 뼈가루를 덮고 흘러가면서도 잘만 살아남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의 바다를 본다.
끊임없이 웃음이 넘치고 맨발 바닥에 부딪치는 모레와 잔잔한 파도의 해변에서는 찰박이는 소리가 들린다. 삼켜 버렸으니 다행이야, 어쨌거나 지나갔잖아. 바다는 아버지를 삼키고 아마도, 한때의 인생도 삼켰을 것이다. 그래도, 이쯤에서는 토해내라고 땡강이라도 부려, 푸른 파도와 싱그런 바람에 몸을 내어 맡기고 천진하게 달리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