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emporary address: Denmark

덴마크에 도착하다.

by phrase of haus

여기를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는 조금 천천히 적고 싶다. 덴마크에 도착한 지, 글을 쓰는 오늘로 정확히 2주가 되었다. 나는 지금 덴마크에서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학교에 다니고 있다. 덴마크의 Folk High School 가운데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하고, 생활 전반을 영어로 이어가는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흔히 IPC라 불리는 곳이다.


이 학교가 어떤 곳인지, 무엇을 배우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대하며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아직 서둘러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시간만 가볍게 짚어보자면, 작년 11월 10일 처음 이 학교를 알게 되었고, 13일에 봄학기를 지원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14일,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그렇게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고, 올해 1월 4일 덴마크에 도착했다. 지금 와서 보면 조금은 무모했고,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러운 선택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내기보다는, 조금씩 나누어 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프리랜서 커뮤니티 디자이너이자 스토리텔러로 약 5년간 일해왔다. 주로 인터뷰를 기반으로 사람과 장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을 해왔고, 그 일을 그대로 들고 이곳으로 왔다. 두 달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최소 7개월을 머물 짐을 꾸렸으니, 얼마나 급하게 출발했는지는 다시 떠올려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학교는 6개월 과정으로, 한 학기 동안 약 30개국에서 온 110여 명의 학생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며 주 28시간의 필수 수업을 듣는다. 지난 2주 동안은 덴마크의 생활 리듬과 한국의 업무 시간 사이를 오가며 지냈고, 하루에 몇 시간을 잤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은 조금 두서없이 흘러갔다.


덴마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코펜하겐을 떠올리지만, 내가 머무는 도시는 코펜하겐에서 약 40km 떨어진 항구 도시 헬싱괴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배경이 된 크론보그 성이 있고, 바다 건너로는 스웨덴이 마주하고 있다. 페리를 타면 20분 만에 닿을 수 있을 만큼, 두 나라는 가깝다. 입학 전 사흘간 머물렀던 코펜하겐과는 공기의 밀도부터 다르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도 서울의 중심, 경복궁 곁 서촌에 살았기에 도시의 리듬에 익숙한 편이었고, 그래서인지 아직 헬싱괴르의 생활은 완전히 몸에 배지 않았다. 매일 아침 들르던 카페에서의 플랫화이트 한 잔도, 산책하듯 누리던 문화 생활도 이곳에서는 조금 더 의식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학교 기숙사에서 내가 머무는 방은 36번이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숫자 하나가 붙어 있고, 문을 열면 지금의 내가 잠시 머무는 풍경이 있다. 크지 않은 방, 창가로 들어오는 빛, 매일 조금씩 자리를 바꾸는 사물들. 아직 이곳을 완전히 내 방이라고 부르기엔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낯설다고 하기엔 점점 시간이 쌓여간다.


이곳에서는 방 이름 대신 번호로 서로를 기억한다. “Where do you live?”라는 질문에 “36”이라고 답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주소라기보다는 상태에 가까운 말처럼 느껴진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 비로소 혼자가 된다. 그 짧은 고요가 생각보다 좋다.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싶어왔다고 한 적이 있는데, 아직 그 배움과 마주할 용기가 없는 듯하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방으로 돌아오거나, 어떻게든 학교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관성에 더욱이 이곳에 내가 온 이유에 대해 아직은 혼란스러운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이면 창을 조금 열어두고, 저녁에는 책상에 앉아 하루를 정리한다. 아직 특별한 루틴은 없지만, 산책코스를 탐색하고 학교와 방이 아닌 제3의 아지트를 찾고 있다. 다만 이 방 안에서는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기분이 든다. 낯선 도시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작은 방 하나가 하루의 속도를 조금 늦춰준다. 아직은 잠시 빌려 쓰는 공간에 있는 느낌이지만 지금은 그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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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o 36
My Temporary Address in Den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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