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데?
가능한 가게는 늦게 차리고 싶습니다만. 아무쪼록 그러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어느새 가게를 차릴 시간에 닿아버렸다. 작년 여름에 문득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떤 특별한 이유나 계획한 시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러모로 나의 상황을 둘러보았을 때 이제는 차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가을 단풍이 번지듯 나를 덮쳤다.
가능한 늦게 차리고 싶다고. 나이가 한창 들면 차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그 한창 든 나이가 된 게 아닌가 싶은 허탈한 마음도 든다. 어느새 30대의 후반을 달려가고 있으니 그 시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드디어 나도 30대가 되었구나, 이제는 뭔가를 좀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후반전을 넘어가버렸다. 공을 돌리다 보니 전반전이 넘어가버렸다. 슈팅 한 번 제대로 했었나.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이제는 뭐든 공격다운 공격을 한 번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작년 여름, 가게를 차리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물론 마음을 먹는다고 당장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먹은 마음은 꿀떡 삼킨 채 잊어버리고 6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25년, 올해가 되어서야 생각났다. 그렇구나, 정말 이제는 정말 가게를 차릴 시간에 닿았구나, 하고 새삼 다시 깨달았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로 들어갔다.
창업을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한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까. 다들 어떻게 시작을 하시나요. 자리를 먼저 알아보러 다니는지. 아니면 내가 상상하는 가게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이름도 정하고, 콘셉트도 정하는지.
막상 실제로 ‘자자, 창업을 시작해 볼까’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어딘가 막막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창업이란 게 특별한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고, 수학 문제를 풀듯이 곱셈이 먼저, 더하기와 뺄셈은 그다음이라고 알려주는 것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과정으로 창업의 순서를 밟아갈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 알려지지 않은 창업의 정석이란 매뉴얼이 존재한다고 한들, 나는 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애써 그런 방법들을 따라 한다고 해서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닐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늘 그래왔던 대로 멋대로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지나친 목표지향주의일 수 있지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데?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걸 좋아한다. 이른바 목표 설정이 명확하게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타입이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일들도 없진 하지만, ‘음, 그냥 해보려고’라는 얼렁뚱땅 진행을 잘 못 받아들이고, 그런 식이면 일을 잘 못하는 편이다.
‘아, 로댕 님. 저기 카페 추천 좀 해주세요’라고 물어보시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되물어본다. ‘어떤 추천이 필요하신가요?’ ‘저기, 우리 이런 거 한 번 해볼까?’라고 아내가 얘기하면 0초도 망설이지 않고 물어본다. ‘그걸 왜 하려는 거야?’
피곤한 타입이다. 둥글게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하기 싫다는 의미가 아니라, 카페를 추천을 요청하는 이유를 알고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 위한 질문이다. 아시겠지만. 물론 알아도 기분은 나쁘다고 답변을 주시지만. 흐음..
그런 성격은 내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나는 내게도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건데?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히 나왔다. 예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니까.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는 카페면 좋겠다. 머리가 희끗해지고 허리가 살짝 구부정해져도 가게에서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오랫동안 운영되는 카페. 긴 시간을 버티면서 자리를 지키는 카페를 만든다면 좋겠다. 그렇게 대답이 나왔다.
그런 생각에 닿자, 이왕 목표는 클수록 좋다고 하니 크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오랜 시간을 버티면서 자리를 지키는 카페를 만든다면. 얼마나 긴 시간을 버티면 좋을까? 100년? 좋다. 그러면 100년이 지나도 자리를 지키는 카페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해보자. 유럽의 커피하우스처럼 시대가 지나도 그 자리에 있는 카페면 너무 멋지지 않을까.
그렇게 노트에 적어 벽에 붙였다.
“목표: 100년이 지나도 운영되는 카페 만들기.”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정말로 그런 카페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2125년에 인류는 화성에 갔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런 목표는 지금 시작하는 당장의 단계를 더욱 구체적이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설령 과도한 목표라 할지라도, 그런 목표가 있어야 하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벽에 붙은 ‘100년이 지나도 운영되는 카페 만들기’를 보면서 며칠을 달였다. (음, 100년은 너무 과했나. 10년만 할까.)
로댕의 창업 순서
1. 큰 목표를 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