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 일기 6화

카페의 첫 단면을 그렸다.

by Rodinpark

어느덧 여섯 번째 창업 일기를 적고 있다. 일기라는 게 그때그때 일어난 일을 생생하게 옮겨 적어 날것의 감정이 있어야 마땅하겠지만. 나의 창업 준비는 여러모로 얼렁 뚱땅이고, 주절주절 생각나는 데로 준비하고 있는터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연재했다가는 읽어주시는 분들이 ‘에이 뭐야, 이랬다가 저랬다가 어쩌자는 거야!’라고 읽기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기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회고록에 가깝다. 지난 기록과 기억을 더듬더듬 쫓아가 다시 정리해서 글로 적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잊어버린 부분도 있고, 새롭게 맞춰지는 부분도 있는데.

창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준비한 과정만큼은 철저하게 기록하고 정리해 남겨두겠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단순하게 가게를 차리는 건 어렵지 않다. 상권 조사를 하고, 자리를 알아보고, 그에 맞게 인테리어 하고 메뉴를 넣으면 된다. 그런 실행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어떤 하나의 결(이라고 하면 좋을까)을 맞추고 싶다면. 기준과 방향을 세우고 모든 것을 일맥상통하고 짜임새 있게 카페를 차리고 싶다면, 사전 작업이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전 작업이 정말 어렵지 않나. 그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결이 있어야만 손님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렇게 나는 믿는 편인데 말이지.

아무튼 하나의 카페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하나하나 어떤 의미로 구성되어서, 큰 틀에서 하나의 결을 이루고 있을까. 그런 점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니 창업자는 이런 사전 작업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과정을 모두 글로 적기로 마음먹었다. 글로 적어야 기록으로 남기도하고, 동시에 글을 적는 과정에서 깨닫고 정리되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런 생각에 지금도 주절주절 글을 적고 있습니다만. 이 또한 참 어렵군요. 에세이를 쓸 때와는 또 다른 타격감(?)입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타격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에세이는 글을 쓴 이후는 이후, 글은 글, 이라는 구분이 있는데 말이죠. 이건 글을 쓴 것을 그대로 행동해야 하니 부담감도 다른 것 같습니다. 흠. 이런 글을 써서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하나… 그런 걱정도 들지만,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입니다. 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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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다섯 편의 글에서 다룬 창업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1. 100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커피 브랜드 만들기 (비전)

-꾸준히 기록하기

-나와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2. 내가 좋아하는 커피/카페

-커피를 마시며 마주하는 평화로운 순간


3. 내가 좋아하는 공간

-책이 읽고 싶어지는

-한가로고 평화로운


이렇게 세 가지를 놓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결이 형성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내가 그리고 있는 카페의 모습이 있고, 그 카페가 100년이 지나도 기억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나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소비자이기도 하니까. 나와 같은 소비자가 많지 않을까. 만약 내가 손님이라면, 나는 이런 카페에 가고 싶을 거야.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선풍기가 끼익 끼익 돌아가고, 창문 너머에서 햇살이 은은하게 스며들어오는 곳. 보사노바나 피아노 연주가 흐르고, 달콤한 커피 향이 가득한 곳에 앉아서 책 읽고 늘어져 있다가 창 밖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온전하게 머무르는 커피 타임을 제공하는 곳.

커피 한 잔 마시며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휴식을 갖는 그런 공간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공간은 많으니까. 이 중에서 한 꼬집어내어(조금 더 뾰족한 특징이 있어야 하니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시간을 가진다면 어떨까. 독서와 글쓰기는 나를 뒤돌아보고 생각하고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 커피를 마시며 잠시 머무르는 순간동안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조금 더 꼬집어내면, 내가 세운 비전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잠깐 방문해서 머무르는 시간 동안 어떤 힘(또는 동기나 지혜)을 받는다면 어떨까. 그런 공간이라면 말이지. 시간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붙잡아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흘러가 버린다. 그렇게 무심하게 하루는 흘러가고, 또 새로운 하루가 떠오른다. 그런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 짊어진 책임, 사회적 역할, 여러 일들을 한가득 떠안고 산다. 때로는 이런 것 모두 내려놓고 잠시라도 가벼워지고 싶지만, 시간은 조금도 머뭇거릴 틈 없이 흘러간다. 괜히 불안하고 쫓기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어쩌면, 잠깐이라도 머무르고 싶어서, 일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잠시 쉬었다 가고 싶어서, 사람들은 카페를 찾고 공원을 가고, 산책을 하는 게 아닐까.

잠시 카페에 들러 잠깐의 시간 동안 사색을 하고, 음악을 듣고, 커피를 한잔 마신다면. 단편 하나, 시 한 편, 음악 앨범 하나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면. 조금이라도 몸이 더 가벼워진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될 테다.


나의 공간에 대해 나는 이렇게 기록했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사색을 즐기는 곳.

-평화로운 순간을 마주하는 휴식 공간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화로운 카페의 모습에서 나아가 책을 소개하고 손님들의 생각들이 묵은 먼지처럼 두텁게 쌓이면 좋겠다고. 그런 공간을 상상하며 카페의 첫 단면을 그렸다.


조금 더 세세하게 풀어보면,

1. 커피를 마시며 평화로운 기분을 느낀다.

2. 책 읽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3.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머무르는 기분을 느낀다.

4. 사색을 즐기는

5. 커피와 독서, 사색, 삶에 대한 것들이 기록되어 쌓인다.



이렇게 정리되고 나니, 옆에서 또 다른 의문이 밀려온다.

“카페와 커피가 가진 가치는 무엇일까?”

음, 여러 가지 가치가 있겠지만, 내가 즐기고 좋아하는 커피와 카페의 가치는 ‘평화로운 순간’이 아닐까. 커피를 마시면 그 순간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그건 이전 3화에서도 말했었지만. 커피를 마실 때면 그런 순간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나는 느낀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커피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몸을 늘어트리고 휴식을 받아들이게 한다고 할까. 그게 공간이나 카페의 분위기와 합쳐지면 더 큰 힘을 내게 되는 것 같다. 그런 평화로운 순간을 의도적으로 계속 만날 수 있다면. 그럼 보다 더 힘차게 하루를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들자, 어쩌면 내가 판매해야 하는 것은 커피가 아닌 ‘평화로운 순간’이 아닌가 싶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판매하는 것은 겉보기이고, 그 속, 그 아래에는 어떤 평화로운 순간, 그 시간들이 있는 게 아닌지. 그렇다면 손님이 느낄 ‘평화로움’에 기준을 맞추고, 카페의 모습을 하나하나 구성하는 게 더 좋은 접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참 했습니다만. 흠. 평화로움이라니.




창업 순서

1. 큰 비전을 세워라.

2.. 비전을 해체하여 구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라.

3. 나에게 커피/카페란?

4. 나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가?

5. 앞의 내용을 바탕으로 카페의 첫 단면을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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