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손님이 머무를수록 손해일까?
카페에는 이상한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뭔가 이상하다.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일까. 모자란 내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할만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어째서 카페는 손님이 머무를수록 손해일까? 손님 입장에서 나는 카페(공간)가 좋으면 더 오래 머무르고 싶어진다. 그러니 손님이 좋아하게 되면 이득이 아닌지. 그런데 어째서 손해일까. 특히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공간도 함께 판매하는 카페의 특성상, 더더욱 머무르는 시간이 애정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닌지. 흠… 아무래도 이상하다.
손님이 머무르는 시간을 보통은 회전율이라고 말한다(아시겠지만). 이 회전율이, 특히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회전율을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회전율은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는, 테이블이 돌아가는 속도를 말하는 것인데. 회전율이 꼭 높아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숫자 계산으로만 생각한다면, 회전율이 높으면 매출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전율이란 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어디에서 판매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낮은 회전율이 더 유리한 경우도 분명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횟집을 운영했었다. 할머니와 아버지께서 생선 손질을 하고, 어머니께서 반찬과 각종 음식을 하셨다. 저녁 시간이 되면 어디서 왔는지 모를(근처 조선소에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커서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잔뜩 몰려왔다. 그들은 신발을 벗고 우리 방 곳곳에 앉아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먹고 밤늦게 떠났다. 우리 집이 곧 그들의 식당이었고, 그들의 식당이 우리 집이었다.
한참 지나 내가 카페에 일을 하면서 회전율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을 때,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장면이 있다. 어머니는 종종 손님들에게 서비스라고 해산물을 푸짐하게 내어주고는 했었다. “아이, 이번에 새우가 너무 많이 잡혀서 말이죠”하면서 접시 가득 빨갛게 익은 새우를 서비스로 내주는 식이었다. 아버지는 새벽같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장사에 쓸 생선을 잡아왔었다. 생선 중에는 판매할 수 있는 게 있고, 판매하기 애매한 부산물(?)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 부산물들을 항상 서비스로 내어주었던 것이다.
“해산물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맛없어. 그거 버려서 뭐하노. 서비스로 내주면, 손님들은 그거 먹고 그냥 가는 줄 아나. 그거 때문에 더 앉아서 술 마시고, 또 오고 그러는 거다. 그게 장사다. 세상에 그냥 주는 게 어딨노.” 그게 우리 집의 운영 방식이었다.
저녁 장사에는 빠른 회전율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어머니는 알고 계셨던 것이다. 퇴근하고 우르르 몰려와서 빈자리에 앉아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데. 그 순간에 손님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했고, 자리에 앉은 손님을 최대한 머무르게 해야 한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가게의 특성과 손님의 상황에 따라 회전율이 결정되었고, 그에 맞춰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카페나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가게와 손님의 특성에 따라 어떤 회전율을 가져가야 좋을까. 그리고 회전율에 맞춰 다른 것들을 어떻게 맞춰가야 할까. 그게 운영의 틀을 잡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니 새롭게 가게를 차리는 입장이라면, 가게와 손님의 특성을 어느 정도 결정할 여지가 있다. 이를테면 컨셉과 상권, 매장의 크기와 테이블 수 같은 요소들이다. 이런 선택을 통해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미리 결정한다고 그대로 실현되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가게를 차리는 입장이라면, 나의 매장이 회전율을 얼마나 가져가야 좋을지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다른 요소들도 결정되는데. 회전율을 얼마나 가져가야 좋을지. 어떤 컨셉으로 어떤 상권에서 운영해야 할지. 그런 요소들이 앞서 구상했던 내용에 들어 있다.
지금까지 내가 구상한 카페의 모습은 이러했다.
1. 커피를 마시며 평화로운 기분을 느낀다.
2. 책 읽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3.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머무르는 기분을 느낀다.
4. 사색을 즐기는
5. 커피와 독서, 사색, 삶에 대한 것들이 기록되어 쌓인다.
이런 분위기의 카페에서는 손님들이 오랫동안 머물러야 한다. 그리고 머무르는 동안 좋은 기분을 느끼고, 그런 기분이 ‘아 이 카페 어딘가 좋다’라는 감정으로 이어진다면 성공이다. 그렇기에 회전율로 본다면, 내가 생각한 카페의 컨셉은 낮은 회전율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회전율이 얼마나 낮아야 할까? 커피를 마시며 평화롭게 책을 읽고, 사색을 즐기는 사람은 카페에 얼마나 머무를까. 이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 보고, 카페에 책을 들고 가서 앉아보았을 때, 나는 딱 3시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엉덩이가 조금씩 아파오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뜨겁던 커피는 차게 식어버리고, 슬슬 나갈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3시간이었다.
손님이 평균 3시간씩 카페에 머무른다면, 나는 3회전을 만드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3시간씩 3회전이다. 손님에 따라 머무르는 시간이 다르고, 테이블마다 회전율이 달라지겠지만. 평균적으로 테이블마다 3시간씩 3회전을 돌아가는 운영 구조를 기준으로 잡아야겠다고. 그렇게 나는 결정했다. 그리고 매장의 컨셉에 맞춰, 운영 구조를 세울 때 테이크아웃은 조금도 예상하지 않겠다고 과감히 결정했다.
회전율: 3시간씩 3회전. 테이크아웃은 없음.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카페의 비전과 단면을 그리고(컨셉),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운영 구조의 회전율을 가장 먼저 설정했다. 그렇게 설정하자 '왜 카페는 손님이 머무를수록 손해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낮은 회전율의 카페 운영.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되어버렸다. 객단가가 낮고 재구매가 없는 커피. 이를 통해 어떻게 카페를 운영해 나갈 수 있을까. 흐음…
창업 순서
1. 큰 비전을 세워라.
2. 비전을 해체하여 구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라.
3. 나에게 커피/카페란?
4. 나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가?
5. 앞의 내용을 바탕으로 카페의 첫 단면을 그려라.
6. 회전율 정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