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 일기 8화

이상과 현실의 균형점

by Rodinpark

3억 원. 나는 20대 초반부터 3억 원을 벌겠다는 마음을 새기고 있다. 그 마음은 커피를 하겠다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작되었다. 부모님을 소파에 앉혀 놓고, ‘저… 저 이제 커피를 할 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득하기 위해 ‘커피를 해서 3억 원을 벌 거예요’라고 말한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잘은 모르겠다. 아마도 당시 한 카페에서 2박 3일 세미나를 듣고 왔던 때였는데, 세미나 장에서 ‘그거 알아요? 여기 팀장님 연봉이 3억이래요’라는 말을 들었던 게 이유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커피를 직업으로 갖는 것에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20대의 호기가 발동한 것이다.

그렇게 커피 일을 시작한 뒤로, 정말로 3억 원을 벌 수 있을까? 그 가치는 얼마정도 될까? 이런저런 계산을 뒤늦게 해 봤는데(아마도 얼렁뚱땅 계산했을 터다). 3억 원을 겨우겨우 모은다고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다만 3억 원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러면 무엇을 해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3억은 나의 숨겨 놓은 방향이나 목표 같은 게 되었는데.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호기롭게 말했던 게,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목표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만 아이템이 커피라는 점이 숙제였다. 어떻게 커피로 3억 원을 만들 수 있을까. 카페라면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할까. 보통의 카페를 창업해서도 가능할까? 로스터가 되어야 할까? 바이어가 되어야 할까?

그러는 와중에, 커피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게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단순히 카페를 차리는 것만으로는 3억 원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음료 사업으로는 3억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세 번째, 로스팅이나 생두 바이어를 해서 3억 사업을 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좁다. 일반 소비자들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나는 몇 가지 결정을 했는데. 로스터나 생두바이어 쪽보다 바리스타를 계속해야겠다. 그리고 보통의 카페 창업은 준비가 될 때까지 최대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으며, 나아가 커피로 시작해서 콘텐츠 분야로 확장해야만 한다고 결심했다(물론 다른 이유들도 여러 있었지만).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자, 그래서, 그래. 그럼 어떻게 커피로 3억 원을 만들건대? 그게 참 어려운 숙제이다. 그리고 그 숙제를 푸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 왔다. 이를테면 이런 계산도 해볼 수 있다.

1,000원의 수익이 남는 커피 제품이나 원두를 300,000개 판매하면 가능하다. 1,000원 수익이 남는 여러 개의 제품을 2년 동안 판매한다면, 1달에 12,500개를 판매하면 된다. 25개의 제품이라면 각 제품당 500개를 매달 판매하면 된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 5,000원의 수익이 남는 제품으로 판다면, 25개의 제품이나 원두를 매달 100개씩만 판매하면 되는 셈이다. 물론 시장과 경제 상황이나, 경쟁 상대 혹은 여러 변수 속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생기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1,000원의 인세를 받아 30만 권을 판매하는 책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책을 10권 만든다면, 각각 3 만권씩만 판매된다면 3억 원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책은 긴 시간을 두고 판매가 가능하니까,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또… 트렌드나 책의 성격, 시장 등을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이 외에도, 10,000원의 구독서비스를 시작해서 3만 명을 모으기. 월 500만 원의 수익을 내는 카페를 5개 만들기. 그러면 1년 동안 3억 원의 수익이 생긴다. 그리고 원두 홈 구독 서비스를 론칭해서 구독료 월 5만 원씩 하여, 구독자 500명이 모이면 1년에 3억 원의 매출이 발생될 수도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숫자 계산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계산을 하면서 지난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면서 크고 작은 도전들도 해봤는데 말이지요. 흠. 여러 측면에서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나의 성향과 내가 잘하는 것들을 고려해 봐서 해볼 만한 쪽으로 일단 뛰어들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변하는 산업의 흐름도 필요하고…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말이지. ‘그래서 언제 3억 원을 만드는데?’라는 아내의 농담 같은 진심을 들을 때면,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하는데 말이죠. 그래도 어떻게든 이 일을 해내겠다는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가끔은 커피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냐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글쓰기가 잘 맞는다면, 진지하게 글을 적어 등단을 노려볼 수도 있고, 스마트 스토어나 쿠팡 같은 유통업도 있고, 제조업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은지. 아니면 정말 음료 프랜차이즈로 매장을 확장하는 걸 생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쪽이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커피를 하면서 성공하겠다고 시작부터 범위를 좁히는 건 더 어려운 길이 아닌지. 그러니 아무래도 이건 무리한 고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럴 때면 처음 커피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때를 떠올린다. 어디까지나 커피가 좋다고 시작했으니까.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면서 살고 싶다고,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몸이 말을 안 듣는 순간까지 일을 한다면, 그런 인생은 참 멋있었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을까. 그런 인생을 살다 가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시작한 일인데. 좋아하는 일보다 3억 원이 앞서버리면, 어디에도 의미가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 잡는다.


어디까지나 먹고살아야 하니까. 가족을 책임져야 하고. 혼자 살아갈 게 아니니까. 게다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음껏 먹기 위해서도 그렇다. 현실적인 부분을 외면할 수는 없다. 20대 초반,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이상을 선언했으나, 이상만 좇아서는 안되니까. 나름대로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으로 3억 원을 결정한 셈이다. 적절한 균형감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이상과 현실 속에 균형을 잡기 위해 3억 원을 새긴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균형점, 그게 나에게는 3억 원이라는 목표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방법을 타진하고 있다. 이제는 창업을 앞에 두고 실행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말이지.


그나저나 창업 일기에 왜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는 것이냐고. 그런 너의 생활 따위는 관심이 없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실 수 있지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창업과 사업이란 창업자를 온전히 반영하는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창업자의 생활 방식, 사고, 삶의 목표나 태도. 그런 것들이 카페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 일기를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창업자에 대해 아는 게 중요하지 않나. 창업의 과정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창업자도 창업자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요.


그나저나 위에 적은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가 혼자 생각하며 내린 결론에 불과합니다. 누군가는 커피로 3억 원을 쉽게 벌지도 모릅니다. 창업자가 자신에 대해 잘 몰라도 좋은 카페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창업 일기에 적는 내용들은 저라는 사람의 메커니즘이라고 할까요. 이런 구조로 작동해야만 앞으로 움직일 수 있는 타입인지라… 네. 그러니 아아, 이 사람을 카페를 차리는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구나. 그렇구나. 네, 그럼 이만, 하면서 뒷골목에서 만난 고양이처럼 생각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구시렁구시렁.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카페 창업 일기 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