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
카페와 커피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록하겠다.
평화로운 순간을 마주하고, 사색하며 독서하기 좋은 공간.
머무를수록 좋은 곳.
3시간씩 3회전으로 운영되는 카페.
이렇게 정리해 보면, 카페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느리게 흘러가는 기분, 잔잔한 소음이 흘러 다니는, 나무와 종이 냄새가 번지는 공간이다. 빠른 것보다 느린, 딱딱한 것보다는 포근하고 아늑한, 새것보다는 낡은, 신선함보다는 익숙함. 그런 퍼즐들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어느 정도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이를 테면 바쁜 점심시간 보다 평화로운 오후의 휴식. 오고 가는 사람들보다 머무르는 사람들. 갈증을 잊게 만드는 시원하고 자극적인 커피보다, 잔잔하고 섬세하게 느껴지는 커피의 향.
자연스레 오피스 상권은 아니고, 사람들이 붐비는 지역도 아니다. 비교적 한적한 공기를 가진 골목길 어딘가 일지도 모른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는 것보다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공간의 기분을 공감하는 단골들의 아지트인 셈이다. 휴일에 책 한 권 들고 앉아 편안히 쉬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 소음을 피해 친구와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해변을 걸으며 조개껍질을 주워 담는 것처럼, 내가 결정한 것들을 통해 형성되는 카페의 모습을 하나씩 주워 담았다. 그러자 아래 내용들이 결정되었다.
1. 메인 상권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곳.
2. 1층이 아닌 2, 3층.
3. 조금은 느린 운영 시스템.
4. 색이 짙은 것보다 옅고 섬세한 메뉴.
여기까지 정리하자, 아주 이상적이고 가고 싶은 카페가 완성되었다. 종종 이런 공간들이 있다. 나와 아내는 그런 공간을 참 좋아한다. 이런 곳을 찾아보면 왕왕 있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카페에서 쓴다는 영상을 봤다. 일부러 조용한 카페를 찾아가 구석에서 머리를 숙이고 열심히 글을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카페들은 항상 사라진다는 게 감독님의 슬픈 말. 이와 같이 나와 아내가 좋아해서 찾아간 카페들은 머지않아 사라지곤 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손님에게는 좋지만, 사장님에게는 좋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적은 요소들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현실적인 부분을 채우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간혹 냉철한 누군가가 말하는 ‘그렇게 해서 먹고 살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나도 위 내용들을 정리하자, 차갑고 냉철한 생각이 머리 반대편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 좋다. 그런데 가능하겠어?
가능할까? 그게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낮은 회전율, 평화롭고 조용한 공간. 이런 마이너스적 특징을 바탕으로 어떻게 운영을 해갈 수 있을까. 나아가 3억 원을 만드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어쩌면 새로운 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아무튼.
그건 일단 해봐야 알 테니까. 지금은 우선 현실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3시간씩 3회전으로 운영되는 카페, 평화롭고 조용한 공간으로 얼마의 매출을 만들면 지속할 수 있을까.
일단 혼자 운영한다고 가정한다면, 나는 얼마의 매출까지 만들 수 있을까. 이건 바 운영 능력에 대한 질문이다. 시간당 얼마의 매출을 혼자 감당할 수 있는가. 주문받고, 커피 내리고, 음료 제공하고, 설거지하고, 부재료 만들고, 청소하고… 얼마나 가능할까? 나는 최대 1,000만 원을 생각했지만. 카페를 운영 중인 친한 지인은 극구 말렸다. 길게 본다면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 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 800만 원으로 조정했다.
주 6일, 한 달에 25일을 영업한다면, 하루에 32만 원이다. 바쁜 주말을 고려한다면 50만 원까지 바빠질 수도 있다. 객단가 1만 원으로 본다면 하루에 평균 35명, 많으면 50명이다.
800만 원으로 가정하면, 영업 이익이나 임대료도 가늠할 수 있다. 보통 굵직한 기준으로 임대료는 10%, 재료비 30%, 인건비 30%, 수익 20%, 세금 10%로 잡으니까.
800만 원 매출이면 80만 원의 임대료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매물은 거의 없을 테니까. 임대료는 15%로 120만 원으로 우선 설정하자. 그러면 재료비와 인건비는 240만 원. 매장 수익은 160만 원이 된다.
조금 더 고민을 해보자.
하루에 많으면 50명이 방문한다고 가정한다면. 3회전으로 운영했을 때, 1회전에 17명이 매장에 앉아서 평화롭게 머무르게 된다. 그 말은 즉 좌석이 17개 이상이 되어야 한다. 2인 테이블로 계산한다면, 9개의 테이블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테이블을 한 명이 앉아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최소 9개, 최대 17개가 필요하다. 두 개의 숫자의 중간으로 결정하면 테이블이 13개가 필요하다. 2인 테이블이 13개가 필요한 셈이다(4인 테이블과 같은 건 생각하지 못한다).
1 테이블을 1평으로 계산한다면, 13평이 필요하다. 그러면 공간이 형태나 바의 크기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넉넉히 18평은 넘어가야 한다.
정리하면 18평 이상의 공간에 2인 테이블이 최소 13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림잡아서 계산해 보자면 그렇다. 그럼 18평 이상의 공간의 임대료는 어느 정도 할까? 아무래도 120만 원은 부족하다. 작게 잡아도 150만 원의 임대료는 지불해야 한다.
그럼 앞서 말한 수익 구조를 조정해 보자.
월 800만 원의 매출이 목표가 될 때, 나는 아래와 같이 구성할 수 있다.
임대료 160만 원(20%)
인건비 240만 원(30%)
재료비 160만 원(20%)
이익 160만 원(20%)
높아진 임대료만큼 재료비에서 보충하는 것이다.
이익이나 인건비에서 보충할 수도 있지만, 매장의 콘셉트이나 공간 소비 형태를 보았을 때, 메뉴 가격을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높여도 설득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메뉴에 사용할 재료의 가격을 낮추는 게 아닌 판매가를 조금 높여서 재료비율을 낮추는 방향이다.
만약 여기서 추가적으로 임대료가 높아지게 된다면, 인건비나 이익에서 줄여야 한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임대료가 높아졌으니, 그만큼 매출을 올리는 것이겠지만. 1차 목표를 설정하는 계획을 세운다고 보면, 8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건 다음 스텝으로 고려할 부분이다.
여기까지 정리하자, 또 추가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생긴다.
1. 임대료는 150만 원, 18평 이상의 공간.
2. 최대 50명이 하루에 방문.
3. 약 500-1,000원 더 높은 메뉴 가격. (객단가 결정)
4. 투자금 회수 기간: 160만 원의 이익으로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는가?
5. 인건비 240만 원
위 다섯 가지를 구현하고 지속할 수 있다면. 그러면 일단 3시간 3회전 운영, 평화롭고 조용한 카페로 생존이라는 숙제를 일단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목표는 단숨에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언제 목표를 달성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이 다섯 가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그게 월 800만 원 매출이라는 목표에 닿는 방법이 된다. 그 방법들을 실행 가능하게 만들고, 실행하고 수정하고 다시 실행해 간다면. 그러면 음,,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어떤 카페를 만들고 싶고, 왜 그런 카페가 필요한지. 그래서 그 공간은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지. 그런 그림을 그리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들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형성되는 이상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하면서, 적정한 지점에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간다면. 그럼 가능하지 않으려나요. 흠. 저도 처음 해보는 창업이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과감하게 실행을 하자. 그런 마음입니다. 네. 에헴.
<이상적인 부분>
1. 메인 상권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곳.
2. 1층이 아닌 2, 3층.
3. 조금은 느린 운영 시스템.
4. 색이 짙은 것보다 옅고 섬세한 메뉴.
<현실적인 부분>
1. 임대료는 150만 원, 18평 이상의 공간.
2. 최대 50명이 하루에 방문.
3. 약 500-1,000원 더 높은 메뉴 가격. (객단가 결정)
4. 투자금 회수 기간: 160만 원의 이익으로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는가?
5. 인건비 240만 원
창업 순서
1. 큰 비전을 세워라.
2. 비전을 해체하여 구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라.
3. 나에게 커피/카페란?
4. 나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가?
5. 앞의 내용을 바탕으로 카페의 첫 단면을 그려라.
6. 회전율 정하기.
7. 이상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을 구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