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고객가치
그때는 2013년, 지금으로부터 10년도 훌쩍 지난해였다. 당시 군대를 제대하고 일본으로 여행을 갔었다. ‘전역도 했으니 세상 구경도 해보는 건 어때?’라는 어머니의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비행기표를 주셨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일본으로 날아가버렸다. 마침 도쿄 근처 지역에(도쿄 바로 윗동네라고 기억하고 있다) 이모가 살고 있었고, 어머니는 이모와 얘기해서 나를 일본으로 날려 보낼 계획을 세우셨던 것이다. ‘이모가 있으니, 숙식은 다 해결되니 그냥 다녀와’라고 하셨다. 나는 여행 계획이나 짐 같은 준비는 하나도 없는 상태로 예정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나리타 공항에서 내려, 도심으로 들어가자 이모가 기다리고 계셨다.
약 두 달 정도 도쿄를 돌아다녔다. 교통비가 너무 비싸다고 투덜거렸더니, 이모는 어디서 중고 자전거를 사 오셨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도쿄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일본의 자전거 교통 규칙이나 도로 사정 같은 것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무작정 여기저기 다녔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고, 제법 많은 카페들을 구경했다.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당시 다녔던 경험이 많은 자양분이 되었다고 느낀다.
Cafe라고 적힌 곳은 무작정 들어가 다양한 커피 경험을 했었다. 일본의 커피 문화나 지식에 대한 것은 부족했기에, 그저 온몸의 감각으로 흡수하면서 다녔다. 그렇게 흡수한 것들이 알게 모르게 나의 생각을 큰 각도로 조정하게 한 것 같다고, 뒤늦게 깨닫고 있다. 그때의 경험이 여러모로 많은 부분에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느낀다. 그래서 어른들이 많이 보고 듣고 다녀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그때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집(이모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찾아보니, 제법 유명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두세 번은 더 찾아가게 되었다.
도쿄 카페 투어. 그게 내가 세운 컨셉이었는데. 막상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카페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물어보면, ‘으음, 츠타야 서점?’이라고 나는 대답하곤 했다(물론 좋았던 카페도 많았지만).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츠타야에 대해 알아보고 책도 읽었다. 그러자 더 좋아졌다고 할까? 팬까지는 아니지만 대단한 회사라고, 대표님의 철학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런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만들었기에, 그런 공간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지만, DVD와 책, CD를 대여해 주는 대여점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일본에서 굉장히 많은 매장과 회원수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그러다 다이칸야마에 츠타야 서점을 만들게 된 것인데, 이를 시작으로 지방의 도서관 기획 일도 하고 있다고 한다. 츠타야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는 철저하게 고객 중심, 고객가치가 중요하다고 책에서 말한다.
‘무조건 그래야 합니다. 아무렴요. 고객, 모든 걸 고객에 맞춰 생각해야 합니다. 실로 당연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이런 말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책이나 인터뷰를 보면 요지부동, 조금도 변할 여지없이 확실히 그래야 한다며, 이처럼 말하는 듯하다.
나는 그런 그의 철학을 깊이 공감하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러면서 이번 카페 창업을 하면서 그의 사고방식을 롤모델로 잡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를테면 고객 중심과 고객가치가 1번이라는 철학으로 생각하자는 마음가짐이다. 커피가 아닌 사람이 중요하다. 고객이 느끼는 기분이 중요하다. 그런 마음이라고 할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궁금해지는 게 생겼다.
‘고객가치’라는 건 무엇일까?
고객가치는 카페를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까?
나는 이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고객가치.
가치는 사전적 의미로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이다. 그러므로 고객가치는 ‘고객이 쓸모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는 해석했다. 고객이 쓸모 있다고 느끼면 고객가치가 있다, 쓸모없다고 느끼면 고객가치는 없거나 낮다고 보는 것이다.
이 쓸모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부분이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개개인의 고객들에게 작용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단적이게 말하자면 상품을 구매했을 때 쓸모가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이며, 구매한 상품이 유용하면 고객가치가 높게 형성된 것이고, 구매한 상품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으면 고객가치가 낮게 형성된 것이다. 그러니 고객 가치는 어떤 행동에 대한 결과 또는 반응인 셈이다.
내 생각에, 이런 고객가치를 형성하게 만드는 요소가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비용이다. 고객이 지불한 비용 대비 얻게 된 쓸모의 정도이다. 1,000원짜리 치고 괜찮은데? 라고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다. ㅇㅇ커피의 팥빙수가 4,400원이라고? 이 정도 맛에, 이 가격이면 괜찮은데? 빙수 생각날 때 이거 먹겠어, 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기대이다. 고객이 이 상품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 나는 그걸 기대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고객이 가진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는 고객이 이 상품을 통해 충족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라 볼 수도 있다.
흔한 예시 중에 ‘고객이 필요한 것은 드릴이 아닌 구멍이다’라는 말로 본다면, 드릴을 구매하려는 고객은 이 드릴을 통해 벽에 구멍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카페로 비교한다면, 저 카페에 가면 나는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왜냐하면 저 카페는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하거든. 이런 마음으로 카페를 찾아가는 고객은 맛있는 커피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된다. 미각적 경험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는 SNS에서 봤는데, 이 카페 정말 예쁘더라, 너무 가보고 싶었어. 그렇게 생각한 고객은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카페를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이 상상했던 감성 사진,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제품이나 특정 서비스로 본다면 고객의 문제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카페로 해석하면 기대라고 말하는 게 더 잘 어울린다.
세 번째는 경험, 고객이 어떤 경험을 했는가. 드릴을 산 고객이라면, 드릴을 사용하는 경험에 대한 부분이다. 드릴 작동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구멍을 뚫기 힘들었다면,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또는 드릴의 디자인이 멋지고, 그립감이 좋고, 작동하는 버튼의 터치감이 좋은 데다 드릴의 속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면. 그런 경우에는 드릴을 사용하는 경험 만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그런 디자인과 기능들은 구멍 하나를 뚫는 경우에는 불필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좋은 경험이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4000원 빙수를 구매해 먹는 것도 경험이다. 그 경험이 4,400원 팥빙수라는 기대만큼 충족되면, 나쁘지 않은데? 종종 지나가다 하나 사 먹을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며 고객가치가 채워진다. 재구매할 여지가 생긴다. 빙수에서 느낀 맛, 또는 시원함, 먹기 편함 등이 경험이 된다. 고객가치의 관점에서 이 또한 고객가치를 만든 좋은 경험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은 경험일까. 이에 대해 생각했을 때, 내가 내린 대답은 ‘기대를 충족하는 경험’이었다. 고객이 기대를 한 것을 정확하게 충족시켜 주는 경험이다. 카페라면 손님이 카페를 들어가는 이유 혹은 기대를, 카페 안에서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 사진을 원하는 손님이 카페에 들어가서 원하는 감성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어야, 그 손님에게는 고객가치가 형성된다는 생각이다. 아주 맛있는 커피를 원해서 찾아온 손님이라면, 아주 맛있는 커피를 제공해야 하는 셈이다. 팥빙수를 먹으려 했던 손님에게 손님이 상상하는 팥빙수를 제공한 것이다.
기대와 일치한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고객가치는 아주 높아지게 되고, 고객가치가 높게 채워졌을 때 재방문 혹은 단골/팬이 된다는 게 나의 생각. 이 과정을 통해 고객가치는 카페를 작동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고객가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객 가치는 가격과 기대와 경험,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한다면. 가격은 카페의 운영 형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별개의 요소로 미뤄놓고. 기대와 경험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 가. 그게 고객가치를 만드는 핵심일 것 같다. 말하자면, 카페는 손님이 특정 기대를 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 기대에 일치하는 경험을 제공해서 손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카페의 모습을 그렸다.
1. 커피를 마시며 평화로운 기분을 느낀다.
2. 책 읽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3.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머무르는 기분을 느낀다.
4. 사색을 즐기는
5. 커피와 독서, 사색, 삶에 대한 것들이 기록되어 쌓인다.
이런 경험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떻게 카페를 만들어야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한다. 그래서 인테리어도, 메뉴도, 서비스도 이리저리 만들어보게 된다.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기대도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가치가 채워진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내가 오픈한 카페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카페에서는 한가롭게 책을 읽고 사색하며 평화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거기에 가서 잠시 쉬고 싶어’라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카페가 감성적이다! 가서 사진 찍고 싶어, 라는 마음이 먼저 들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의도할 수는 있지 않을까. 경험과 함께 기대도 기획해야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요소가 채워지면 고객가치가 높아지고, 고객가치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이런 기대는 확산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적인 고객가치 형성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가치는 카페를 작동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초점을 또렷하게 세우고, 하나하나 만들어간다면. 그러면 츠타야 서점처럼 근사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조금 희망해 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고, 제가 생각한 주관적인 해석이자 구멍이 숭숭 뚫린 이론입니다만. 그래도 이런 마음 가짐으로 롤모델을 가지고 창업에 임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네에.
그나저나 커피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커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커피를 잘 내리기 좋은 바 높이, 커피를 잘 만들기 위한 시스템, 커피 내리는 모습이 잘 보이는 매장 형태. 마스다 무네아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나의 생각을 두고 참 많이 반성했던 것 같습니다. 커피도, 카페도 결국에는 우리가 좋아하고 행복하자고 하는 일인데 말이지요.
고객 중심, 고객가치라는 츠타야 대표의 사고방식을 롤모델로 생각하며, 나의 카페는 이렇게 생각하며 만들어야지,라고 마음 가짐을 고쳐 잡고 있습니다. 네. 그렇게 마음은 고쳐 잡는데 말이죠...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