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2층 3층?
1층은 길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길의 특징, 지역의 성격이 카페에 반영되는 부분이 있다. 반면 2층이나 3층은 다르다. 계단을 올라가면 그 사이에 새로운 페이지를 넘긴 기분이 생긴다. 그게 2층, 3층 카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해당 지역이나 도로, 길의 특징들과 어느 정도 단절된다. 그래서 독립적인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
나는 2층이나 3층이어야 한다고 단정했다. 독립된 공간으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물론 가게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1층이 유리한 점이 훨씬 많지만, SNS가 활발한 요즘에는 1층 못지않게 유리한 점도 많다. 아무래도 나는 공간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 중요하니까.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서 분리된 느낌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 3층으로 올라가는 선택을 했을 때, 자연스레 결정되는 요소들이 있다. 이를테면 2, 3층이 가진 장점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채광이 좋거나, 창밖으로 푸르른 가로수 잎들이 보여야 좋다. 아니면 시야가 환하게 뚫린 풍경이 보이는 점. 또는 어떤 특징으로 인해 개방감이 있는 공간. 그런 점들은 1층에서 누리기 힘든 부분이다.
그런 채광, 풍경, 햇살, 개방감 등을 이용하여 어떤 특징이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게 컨셉이 될 수도 있다. 그런 특징이 손님에게 어떤 특정 기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단연코 월세가 조금 더 저렴하다는 장점(실제로는 유의미하게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조금이라도 더 넓은 평수를 살펴볼 수는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단점이지만, 손님들이 카페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SNS 활동을 열심히 하고, 여기에 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2, 3층을 선택한 이상 열심히 글을 적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로컬 손님뿐만 아니라,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잘 찾아오도록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결정하게 된 것은 전철역에서 10분 이내. 비가 오고 덥고 추운 날에도 걸어올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카페의 모습을 그리자, 자연스레 2, 3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결정하자 숙제가 생겼다. (1)독립된 공간의 분위기를 잘 살려야 한다. (2)SNS는 당연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카페를 만들어야 한다. (3)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요 손님이므로, 전철역에서 10분 이내의 위치에 가게를 구할 것.
“그런데 만약에 1층에 정말 좋은 매물을 발견하게 되면, 그래도 안 할 거야?”
이런 나의 결정을 보고 아내가 물었다.
“정말 좋은 매물?”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냥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이야.”
아내가 물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너무 좋으면 해야지”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는 컨셉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아.”
“왜?”
아내는 물었다.
“1층이니까.”
나는 대답했다.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아내가 물어보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만약 마음에 쏙 드는 1층 매물을 발견하면, 그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건 완전히 다른 순서로 생각하는 방식이다. 좋은 매물을 발견하고, 그 매물에서부터 카페 창업 계획을 세우는 일이니까.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이런저런 구상을 그렸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현실적인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맞춰 나갔는데. 공간을 먼저 발견하게 되면, 현실이라는 큰 벽이 눈앞에 먼저 나타난다.
그러므로 내가 발견한 1층 매물이 어떤 현실적인 상황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자면 어떤 패를 가지고 있는지 두루 살펴보고, 그 안에서 가능한 좋은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다.
유동 인구는 얼마나 있고, 회사원이 얼마나 있는지, 근처 식당은 무엇이 있고, 지역 주민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될지. 근처의 음식점이나 카페들의 상황, 교통은 어떻게 되는지. 그래서 공간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어떤 매력으로 인해 마음에 쏙 들었는지. 이런 점들을 하나하나 펼쳐보고, 그 패 안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하지 않을까.
그런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상이나, 컨셉, 비전을 찾아보며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러면서 동시에, 한 편으로는 이런 점이 나에게 장기적인 방향에서 잘 맞는지. 나는 왜 이걸 시작하려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여기서 카페를 차리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막상 시작하지만. 그래서 카페를 차리는 것 그다음은? 왜 이걸 시작하려고 하는데? 라는 생각에 닿으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카페를 차리는 게 최종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업하는 순간부터 나는 카페를 3년, 4년만 운영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을 계속해서 해야 하는데. 그저 공간이 마음에 드는데? 라는 이유 때문에 시도하기에는… 내가 겁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잠자리채로 뭉게구름을 건지는 것처럼 허황된 것 같아 보이더라도, 이상적이게 상상하고 방향의 기준을 가지고 시작하는 게 조금이라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그렇게 아내에게 설명을 했는데. 아마도 아내는 ‘또, 또, 또 시작이군’이라며 귀를 닫고 딴생각에 빠져 있었을 테다. 분명히. 에헴.
나는 겁이 참 많은 타입이다. 한번은 면접을 보다가 회사 대표님께 “겁이 많은 타입이지요?”라고 물은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아, 네. 맞습니다. 겁이 많은 타입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진즉에 나는 그런 타입이라는 걸 알 정도로 겁이 많다.
그나저나 무엇에 겁을 먹는 걸까. 나는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여전히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짐작 가는 점이 있다면, ‘납득되지 못하면 하지 않는다’는 성격이 때문이 아닐까.
이전에도 말했지만 머릿속에 전반적인 그림이 그려져야만, 능숙하게 움직이는 타입이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행동이 잘 안된다. 그래서 전체를 살펴보고 이해하고, 관찰하고, 계획하고, 준비하고,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러는 편인데, 그런 과정들을 지나다 보면 결국에는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에 닿는다. 고질적인 문제다. 그래서 대체로 그 자리에서 그대로 머무르고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자세가 부족한 탓이다.
스스로 이런 나의 성향을 알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가지자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그때 SNS에 1일 1피드를 올렸었다. 그러다가 커뮤니티도 운영하게 되고, 드리퍼도 만들게 되고, 로댕공원도 잠시 운영하게 되었다. 당시 이리저리했던 것들을 계산해 보면 이득이 될 만한 건 별로 없어 보이고, 여러모로 손해 볼 요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로 일단 시작했었다. 그렇게 시작하고 보니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얻게 되었다. 냉정히 계산해 봐도 손해보다 이득이 더 많다고 느낀다. 그러니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계산하고 계획하는 과정이 정확하지는 않다고. 일단 하게 되면 그 속에서 많은 가지들이 뻗어간다는 걸 배웠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렇다고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되 시기가 닿았을 때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아내가 말한 데로 마음에 쏙 드는 1층 매물을 발견한다면, 패를 펼쳐놓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계획을 세우겠지만. 마지막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보자 말하지 않을까.
“마음에 드니까 어쩔 수 없잖아. 해야지. 해야지… 자아,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고 이야기하며 골똘히 머리를 맞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