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생각의 파편들
메모장에 기록한 내용을 주섬주섬 엮어서,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를 올리지는 못한다. 창피한 내용도 있고, 그다지 영양가 없는 주절주절 적은 글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지. 보는 입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테니까. 그러니 조금 더 간단하고 명확한 쪽으로 이야기해야 좋지 않으려나. 그런 생각 하면서 글을 적고 있다.
그런데 막상 15편의 글을 적고 보니 어딘가 앙상한 느낌이 든다. 꼭 필요한 부분들만 콕콕 집어낸 듯하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창업이란 이런 과정으로 하면 됩니다’ 라고 차근차근 설명한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현실은 교과서처럼 펼쳐지지 않는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과 사실이 실시간으로 얽히고 얽혀서 뿌리가 뻗어가 주위의 영양분을 쭉쭉 빨아들이며 진행되는 법이다. 그러니 콕콕 집어서 설명한 이론서로는 모두 설명하기 부족하다. 실제로는 보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해왔는데 말이지.
어쩌면 이런 자잘한 생각의 파편들에 대한 이야기도 필요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주절주절 적은 생각들을 긁어보았습니다.
1.
“만약 내가 이 일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정했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는가?”
어느 책에서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평생 하기로 결정했을까? 커피를 평생 만들고 싶어서? 커피를 더 잘하고 싶어서? 나만의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나만의 커피 지식을 쌓고 경험을 쌓고 싶어서? 커피로 인해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음, 이 중에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은 없다. 아무래도 이 결정의 중심에는 커피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왜 평생 커피를 내리겠다고 결정했던가. 흐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커피 그 자체가 아닌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의 기분, 커피를 마시는 손님의 기분, 카페에 와서 기분이 좋아지는 손님을 마주하는 일이 좋은 게 아닐까. 그리고 이런 일들을 감성적으로, 또는 치밀한 계산으로, 때로는 노련한 경험으로 만드는 과정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방식, 장치, 기술들을 활용해 어떤 기분을 만드는 것. 말하자면 창작일지도 모르겠지만. 창작의 기분을 느끼고 싶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깊이 있는 게 아닐까. 음. 아무래도 이런 쪽에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2.
“무엇이 인간으로서 옳은가.”
이나모리 가즈오(일본의 유명한 사업가)는 그의 책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의 핵심을 이 문장으로 말한다. 무엇이 인간으로 옳은가. 그게 선택과 결정의 기준이 된다고.
이를테면 서로 간의 신뢰가 이익보다 더 중요하고, 함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쪽이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구조화하여 실행했다. 실행하다 보니 이 위치까지 오게 되었다는 말.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무엇이 인간으로서 옳은 걸까.
3.
인류는 불편함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단순하게 이 말로 인류사를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관점으로 해석하면 지금의 시대를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주절주절 적어본다면.
-도구를 만들어 수렵 채집의 불편함을 편하고 빠르게 바꿨다. 채집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경작을 시도했고, 경작에서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수레와 같은 도구를 만들지 않았을까.
-마차에서 자동차로, 수공업에서 기계 공업으로. 만약 과학 기술의 발전에 도로가 있다면, 그 도로의 끝에는 편안함과 효율이 있지 않을까.
-가전제품도 가정에서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스마트폰의 가장 위대한 점은, 조그마한 액정 안에서 모든 생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창작은 불편을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될지도. 그리고 우습게도 인간은 언제나 불편을 찾게 된다. 그러므로 인류의 발전은 끝이 없다. 아마도.
그렇다면, 카페는 어디로 발전하게 될까. 그 방향은 불편함에 있지 않으려나. 흠.
나는 지금 카페에서 어떤 불편을 느끼고 있었더라?
4.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당장 돈은 어떻게 벌건데?
당장 돈이 없어도 살 수 있어? 돈이 많아?
일단 살아야 해. 기업은 살아남는 게 최우선이야.
살아남아야 그다음이 있지. 어떻게 살아남을지, 그것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뭘로 살아남을 건데?
소비자가 가장 가깝게 공감할 건 뭐야?
돈을 버는 무기가 뭐야?
(좋아하는 어느 대표님의 따끔한 조언)
5.
카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카페를 소비하는 방식이 만드는 수익. 그 수익성이 너무나도 맞지 않은데.
확장성이나 지속가능성도 너무나 부족한데.
이런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 그대로 창업을 하는 건 너무 이상한 일이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6.
글쓰기를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독자는 복잡한 글은 읽지 않는 것이다. 가능한 가볍고 유쾌해야 읽기도 좋다. 그러니 나는 언제나 글은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고, 유쾌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읽히지 않은 글은 의미 없으니까.
반면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은 탓에, 늘 어딘가로 깊게 빠져든다. 이상한 생각도 많이 하고, 쓸데없는 고민도 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글은 무거워진다. 생각을 다 담으려 욕심도 부리고, 잘 담으려 애쓰게 되고, 그 생각의 논리도 따져야 하고. 그런 게 붙으면 붙을수록 글은 무겁고 느려지고 둔해진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무거운 생각을 가벼운 글로 치환하는 작업’에 가장 신경을 쓴다. 하고 싶은 말도 덜어내고, 논리도 덜어내고, 욕심도 덜어낸다. 모두 다 덜어내다 보면 한 줄의 시시껄렁한 문장 하나만 남는다.
나중에 다시 글을 읽어보면, 이렇게 덜어낸 글이 오히려 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모두 글로 뱉어야만 전달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마찬가지로 커피도 똑같지 않을까. 카페를 차리는 일도 똑같지 않을까. 창업 과정에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지만. 결국 완성될 때는 한 문장만 남겨놓고 모두 덜어내야 한다. 가볍고 유쾌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
7.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면 어떨까.
커피와 카페는 이제 사람들 일상 깊이 들어와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카페가 된다면 어떨까.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너무 많은 카테고리가 있으니. 그중에 하나를 딱 꼬집어 정하는 거야. 이를테면 ‘생각하다’가 로댕과 잘 어울리니까.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제공하고 제안하는 쪽이야.
커피와 공간을 제공하는 카페가 아닌, 생각의 시간을 제공하는 카페라고 할까.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사람들이 머무르면서 천천히 사색을 즐기거나, 어떤 문장을 보고 생각에 잠기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길에 들러 다이어리를 적을지도 모르지.
타인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잦은 요즘,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특별한 영역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런 공간에서 스스로를 관찰하고 생각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시간을 잠깐씩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지.
아무튼 이런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어떨까. 그걸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창업 준비에 도움이 된 책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츠타야 같은 관점으로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그런 관점을 공간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그런 생각에 찾게 된 책. 가방에 항상 넣어두고(책이 얇고 작아서 들고 다니기 좋습니다), 틈날 때마다 꺼내어 아무렇게나 펼쳐 읽은 책.
마스다 무네아키가 지금의 한국에서 카페를 차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될까.
<MUJI> 양품계획
광화문 교보문고를 뒤적거리다 발견한 책. 창업 준비를 하던 나에게 딱 필요했던 책이라며 유레카를 외쳤는데. 잘 알려진 MUJI, 무인양품은 어떤 생각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생각이 어떤 사상과 신념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어떤 비전과 목표를 세웠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구조를 만들고, 이를 실행할 공동체를 만드는. 전체적인 흐름을 순차적으로 이야기한다.
아아, 무인양품은 하다 보니 사업이 시작되었고, 그래서 조직을 만들고 구조를 만들어서, 필요해서 목표를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방식이 아니다. 사상과 신념에서 시작하여 차근차근 아래로 내려오면서 틀을 세우는 쪽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방법이었다. 유레카.
<일의 감각> 조수용
이미 너무 유명해서 특별한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책.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보다 본질적인 지점을 말하는 책. 유능하고 깊이 있는 직장 상사가 노곤노곤한 말투로 조언해 주는 느낌이다. 노곤노곤한 기분에 속아 날카로운 지적을 놓칠 수 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 찰리 멍거
SNS를 통해 알게 된 찰리 멍거. ‘뒤집어서 생각하기’라는 기발한 생각에 대한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그의 영상과 책을 찾아보다가 마침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 신간으로 나와 읽게 되었다.
대단히 유명한 투자자는 어떤 생각으로 사업을 볼까. 그 관점이 궁금해서 읽다가 빠져들었다. 사업을 보는 찰리 멍거의 지혜를 들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나는 어떻게 사업을 만들어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업을 하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업을 위해 어떤 생각으로 임해야 할지 배우게 되는 책. 책을 읽다 보면 보다 크고 넓은 시야로 생각하게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벤저민 프랭클린
찰리 멍거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하여 읽게 되었다. 약 300페이지의 작은 자서전을 읽고 감탄하여, 윌터 아이작슨의 ‘벤저민 프랭클린 인생의 발견’을 도전했다가 처참히 실패했다.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절제하고, 근면하게 살아간다면. 그 과정만으로도 훌륭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
“결국, 도덕적으로 완벽해질 수 있을 거란 사변적인 신념만으로는 일탈과 실수를 막기에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힌 후에야 일관되고 올곧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란 결론도 얻었다. 이런 목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13가지 덕목 중 일부
절제: 배부르도록 먹지 말고, 취하도록 마시지 마라.
질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두도록 하라. 모든 일을 부문별로 나누고 시간을 정해두고 하라.
결단: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겠다고 결심하라. 결심한 것을 반드시 행하라.
근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유익한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쓰고 불필요한 행동은 멀리하라.
성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속임수를 쓰지 마라. 선의를 가지고 공정하게 생각하라.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도록 하라.
<인생은 순간이다> 김성근
올해 초부터 나의 식사 친구는 최강 야구였다. 아마도 최강 야구를 보는 많은 사람들 중에 다수가 김성근 감독의 태도, 마인드에 감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독한 열정에 감탄하며 자세를 고쳐 잡게 되는 책. 정신이 느슨해질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은 책.
<부러지지 않는 마음, 왜 사업하는가, 경영> 이나모리 라이브러리
이나모리 라이브러리는 경영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했던 말이나 글 등을 엮어서 책으로 내고 있다. 처음 ‘왜 사업하는가’를 읽고 감탄하여, ‘부러지지 않는 마음’과 ‘경영’을 사서 읽었다.
김성근 감독의 책처럼, 사업하는 사람이 어떤 신념과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말한다.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잡고 열정을 불태우게 되는 책. 실제로 사업을 경영한 입장에서 이야기해서 더욱 몰입하게 된다.
<최고의 상술> 권원강
‘맨주먹으로 5000억 브랜드를 일군 교촌치킨 창업주’
서점을 둘러보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위 문구를 보고 집어 들었다. 그냥 그런 경영 서적이겠지, 라는 마음으로 펼쳤는데. 그 자리에서 절반 가까이 읽어버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남은 페이지를 단숨에 읽어버렸다.
교촌 치킨이 어떻게 성장해서 지금의 브랜드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이야기였다면 진부한 성장 스토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창업주가 어떤 상황에서 치킨집을 차렸고, 어떤 마음으로 장사를 했는지. 그 절박함과 간절함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 넘게 채워져 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의 마음, 그 마음 하나만으로 교촌 치킨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책.
‘누구보다 성실할 자신이 있다. 정직이 최선의 경영 상술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신념만을 꽉 붙잡고 앞으로 나아갔다는 저자. 그의 태도에 배울 점이 참 많다.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
워낙 유명한 책. 장사를 하는 마음과 태도에 대해 말한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신 어머니께서는 가끔 나에게 장사에 대해 말하곤 하셨다. “장사는 말이지. 손님이 전부야. 손님 기분 좋게 만들면 돼.” “내가 딱 서야 해. 내가 정신 팔려서 딴 생각 하고, 돈 문제 무슨 문제 걱정하고. 그러면 손님은 다 안다. 모르는 것 같제? 다 안다. 그래서 장사가 쉬운 게 아닌기라.”
책을 읽다가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의 말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느낌. 장사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전부를 꼭꼭 씹어 삼키자고 생각한 책.
어떤 날에는 뜬구름을 상상하고, 어떨 때는 지나치게 현실적이 되고, 지나치게 열정적이다가, 때로는 심각하게 늘어진다. 오롯이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 앞에서 두려움도 생기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도 가득해진다.
그럴 때마다 부지런히 메모하고, 생각하고, 책을 읽다 보면, 느리지만 하나씩 매듭이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단번에 풀리는 건 없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기분이다. 이런 시간들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손쉽게 가는 방법도 있고, 수월하게 척척 진행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의 성향 탓이 아닐까. 어쩔 수 없는 나만의 방식이겠구나, 하고 체념하며 하나씩 천천히 진행 중입니다. 네.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켜켜이 쌓아가며 창업 준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게 맞을까? 완벽한 계획은 없고,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도 없으니 일단 시작하고 그때부터 하나씩 잡아가면 되지 않겠냐고.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나대로의 방식이 있고, 성향이 있으니. 그냥 내 생각대로 밀어붙여보자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