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 일기 18화

예산 계획 세우기

by Rodinpark

아무래도 창업을 한다고 결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돈’이다. 예산을 얼마로 잡고 있는지. 모아둔 돈은 얼마나 있는지. 생각보다 더 돈이 들어갈 수 있으니 비상금이 넉넉히 필요하다는 등.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 창업을 하려면 얼마가 필요한거야?’ 라는 의문이 든다.


나는 이번에 창업을 준비하면서 돈과 관련해 목표를 세웠다. 아무래도 수중에 가진 돈이 얼마나 있고 대출을 얼마나 받을 것인가. 그리고 대출이 얼마나 가능한가.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 예산 안에서 창업을 완성시키겠다는 목표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만약 그런 걱정 없이 예산이 넉넉히 있었다면, “음, 카페는 이 정도면 차리겠지? 2억 정도만 잡아볼까?”하면서 두리뭉실 계산할 수 있겠지만. 카페를 차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을 테다. 그러니 다들 “아아, 아무리 알아봐도 예산은 이 정도가 최대일 것 같은데. 이 안에 카페를 잘 차릴 수 있을까? 아직은 부족하지 않을까?” 같은 걱정을 먼저 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나는 20대 중반부터 바리스타 일만 계속 해온 터라 돈을 모아두지 못했다. 계속 자취 생활을 하기도 했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지나칠 수 없다 보니, 많은 돈을 커피를 구매하고 내리고 마시는데 소비해버렸다(대부분의 바리스타가 그럴 것 같지만). 게다가 결혼도 하고, 집 보증금도 있고, 조금 있던 자본은 모두 드리퍼를 만들면서 소진해버린 탓에, 카페를 차리는 자본 같은 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적은 예산에서 어떻게 잘 창업할 수 있을지 고민을 수도 없이 해왔었다.


이런 고민을 계속 해온 이유는, 모아둔 돈이 적은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에서 창업 예산이 적은 게 좋다는 게 나의 지론 때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첫 카페 창업은 절대적으로 예산이 적은 게 좋다.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가진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자본의 회수 문제 때문인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 계산을 해봐도 수 천만원의 큰 초기 자본은 결코 처음 창업한 카페에서는 회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간단히 계산해 보면 이렇다.


초기 창업 비용이 1억원이 들어갔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4년 안에 회수하기 위해서는 100,000,000원 / 48개월 = 2,083,333원이다. 매월 200만원을 4년 동안 꾸준히 넣어야 창업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월 200만원의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한 달에 매출이 얼마나 나와야 할까. 수익을 매출의 20%라고 어림잡아 계산하면 매출은 1000만원이 된다. 그럼 인건비는 약 300만원이 된다.

카페는 특징상 고노동 저효율 아이템인 탓에, 1000만원을 사장님 혼자서 만들기는 힘들다. 사장님 체력이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파트타이머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파트타이머의 인건비라는 추가 지출이 생긴다. 이는 사장님의 인건비와 수익에서 분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파트타이머를 고용하면 전체 매출이 1000만원을 넘어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결국 직원을 채용하고, 그만큼 더 매출을 높이자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그래야만 매월 200만원의 초기 자본 회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직원을 채용한다고 매출이 뚝딱 늘어나는 것도 아니며…

4년 동안 겨우겨우 자본을 회수하더라도, 그 시기가 되면 새로운 매장으로 이전하거나 리모델링같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지는 시점이 된다. 즉 또 다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된다.


아무튼 카페라는 구조는 어떻게 살펴봐도 수익성이 좋지 않다. 그러므로 초기 자본을 최대한 줄이는 게 가장 좋다고. 그래야 회수 부담도 적고, 회수 기간이 짧아진다. 그렇게 되면 수익을 재투자할 기회가 늘어난다. 그리고 재투자가 있어야 축적하고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 창업할 때는 최대한 빨리 자본 회수를 하고, 재투자를 하여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구조가 생긴 다음에, 두 번째 창업에 큰 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넉넉히 계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만드는 데 투자해 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니 여러모로 첫 창업은 자본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적은 자본으로 잘 자리 잡아 회수를 빨리하는 게 좋다. 그게 나의 생각이었다.

물론 이건 내가 계산해서 내린 짧은 생각에 불과하다. 처음에 확실하게 투자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게 좋다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업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까.


아무튼 나는 이런 생각으로 목표 자본을 설정했다. 말하자면 이 자본으로 어떻게든 창업하겠다! 라는 의지인 셈이다.

보증금은 1000-2000만원. 보증금을 제외한 창업 자본은 2000만원. 보증금이 1000만원이면, 창업 자본은 3000만원 인가요?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가능하면 2000만원으로 가게를 열어보겠다는 게 목표였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2년(24개월) 동안 월 84만원이면 초기 자본 회수를 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인데. 월 84만원이면 매출이 800만원이 나와도 감당할 수 있는 수익이고, 월 800만원은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2년을 회수하면 남은 기간 동안은 수익을 투자하여 성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계획이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2000만원의 자본으로 창업을 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총 4000만원의 자본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우선 나는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신용보증재단에 확인을 했다. 드리퍼를 판매하는 통신판매업 사업이 있으니, 거기서 대출을 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업자 대출은 사업자의 매출을 기반으로 대출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드리퍼 판매라는 적은 금액으로는 대출을 할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카페를 창업한 다음에, 발생한 매출을 근거로 신용보증재단에 사업자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출 증빙이 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한데. 신용보증재단 담당자는 매월 초에 세금을 낸 자료가 확실하니, 세금을 낸 다음에 신청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신용보증재단은 거치 기간도 있고 금리도 낮으니, 창업 이후에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비 창업자에 대한 지원 중에 카페에 대한 부분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종종 카페가 아닌 커뮤니티나 특정 아이디어로 지원을 받거나, 창업사관학교 같은 곳에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런 곳은 특정 기간 동안 교육을 받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나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일반 은행과 미소 금융인데. 나는 다행히 오랫동안 보험을 넣어둔 게 있어서 보험 약관 대출을 이용하고 남은 금액을 일반 은행에서 마련할 수 있었다. 일반 은행은 금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창업한 다음에 신용보증재단을 이용해 대출을 조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계획한 자본 준비는 끝났고, 이제 2000만원으로 어떻게 카페를 창업할 수 있을까. 이게 숙제였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내가 생각하는 선에서 예산을 짰다. 분명 추가로 더 들어갈 것이라 생각되지만. 최대한 맞춰보자는 생각.


1그룹 에스프레소 머신을 고민했으나, 그보다는 모카포트가 내가 생각하는 카페의 모습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매할 돈으로 스피커에 투자했다(지난 로댕공원을 하면서 좋은 스피커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EK43 그라인더는 오래전에 사둔 게 있었고, 이번에 창업을 시작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코닉 홈카페용 그라인더를 하나 더 샀었다. 그걸 모카포트용 그라인더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장비를 미리 사둔 덕분에 더 큰 지출이 없었다.

전기나 급배수 같은 전문가가 필요한 일을 제외하면, 가급적 모두 셀프로 작업할 생각이었고, 바도 직접 만들고, 붙박이 의자도 직접 만들고, 테이블도 합판을 가져와 상판을 만들고, 다리를 구매해 붙일 생각이었다.


과거에 ‘어쩌면 이 일은 나중에 내가 카페를 차릴 때 도움이 될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살펴보고 눈여겨 본 것들이 있어, 그걸 십분 발휘해 창업에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집에 필요한 책장, 선반 등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나름 경험을 쌓았고, 카페를 다니면서 ‘저런 의자는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이런 식으로 지지대를 넣는구나’ 같은 관찰을 꾸준히 했다.

또 어떤 카페를 가면 바를 저런 선반으로 만들었네? 생각보다 깔끔하고 효율적인걸? 하면서 기억 서랍 속에 차곡차곡 넣어두는 식이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어쩌면 내가 해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것인데. 물론 이런 셀프 작업은 어설픈 티가 날 가능성이 높다. 어설픈 티가 잘 안 보여야 하는데 말이지. 그게 제일 걱정이긴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전문가를 부르거나 제품을 구매해야지. 어쩔 수 업지, 뭐, 라고 생각해버렸다.


셀프 작업을 해야 하니까, 공사 기간을 넉넉히 두 달로 잡고. 그 기간 동안 천천히 공사를 하고 가구를 만들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내가 그리는 공간을 더 잘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이리저리 예산을 나눴다. 그런데 과연 계획대로 순탄히 잘 흘러갈까? 아마도 모든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어떤 일이 터져서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대비를 생각해두되, 최선을 다해 이 예산 안에 맞춰보겠다고 다짐하며 창업 계획을 마쳤다.

이렇게 자본을 준비하고, 사용 계획을 정리하고, 직접 매물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이때 문득 깨달은 게 있다. 이 순간에는 ‘창업을 하는 게’ 핵심 목표가 된다는 점이다. 어떤 좋은 매물을 찾아야 할까. 예산 안에 어떻게 창업을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없을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든 잘 창업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러다 흠칫 놀라며 깨달은 게 있는데. 창업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매물을 찾고 인테리어를 하고, 예산을 분배하는 모든 과정은 카페를 잘 운영하기 위한 것인데. 카페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 내가 세운 계획과 철학은 무엇이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매물은 무엇이며, 어떤 인테리어와 예산이 필요한지. 이런 목표를 위해 창업을 하는데 말이지. 나도 모르게 매몰되어 성공적이게 창업하는 게 최종 목표처럼 되어버렸다. 잘 창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창업한 다음에 잘 운영하는 게 더욱 중요한데 말이지.

그 뒤로 나는 계속 정신 차리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몇 번이나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으니 말이지. 창업 그 자체에 매몰되니 더 좋은 것만 생각하게 된다. 흠.




창업 과정

1. 큰 비전을 세워라.

2. 비전을 해체하여 구체적인 모습을 만들어라.

3. 나에게 커피/카페란?

4. 나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가?

5. 앞의 내용을 바탕으로 카페의 첫 단면을 그려라.

6. 회전율 정하기.

7. 이상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을 구분하라.

8. 매장의 운영 흐름 짐작하기.

9. 테이블 수 결정하기.

10. 카페, 그다음을 생각하기.

11. 창업 계획서 작성.

12. 예산 계획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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