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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Mar 04. 2016

1. 연애와 우울함

내 마음의 정리가 필요한 순간

'우울증이 이렇게 시작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불현듯 떠올랐다. 마음속이 복잡하고 그 안에 응어리 진 무언가가 있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가만히 앉아 정리해보려고 마음속을 들여다 보아도,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울컥하는 감정만이 이따금식 배 속을 싸 하게 만든다.


내가 왜 슬픈건지,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게 무엇인지, 그리고 이 우울함을 없애려면 무엇이 필요한 건지 알고싶었다. 내 마음 속에 너무 많을 주제들이 뒤엉켜 있기때문이라 생각하고 이 혼란들을 안정 시키려면 흐트러진 생각들을 각을 세워 정리해야한다는 마음에 작정하고 누우면 생각하기가 싫어졌고, 이 순간이 싫어서 눈을 감아버렸다. 잠이라도 한숨 자면 지금의 이 슬픈 기분을 잊을 수 있을 것 같고, 깨고 났을 때 한결 기분이 나아지길 바랐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또 다시 밀려오는 공허함과 우울함 때문에 다시 기분이 안좋아졌다.


갑자기 나에게 왜 이런 감정의 변화가 찾아 온걸까? 친구에게 '죽고싶은건 절대 아닌데 살고싶지는 않은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그런 말을 내뱉은 나에게 놀라고 도대체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것인지 싶다. 난 괜찮은걸까.


이대로 바닥에 가라앉아 발치의 우울함만 발로 툭툭 차고 있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혼자서 속으로 삭혀보려 했는데, 그러다간 고름이 더 곪아서 터져버릴까봐 덜컥 겁이 나서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끊겼던 대화를 이어보고, 전화를 하고, 약속을 잡았다. 힘들다고 이야기 하고, 활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조언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약간은 위로가 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내 스스로 내 마음 속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남에게 힘든 이유를 설명하려니 입에서 단어들이 꼬였다. 문장을 이어가다가 이렇게 설명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엔 내 자신을 상투적이고 뻔한 이유로 잠시 마음이 들뜬 사춘기 소녀처럼 설명하고 말았다. 나는 힘들고 우울해서 너의 도움이 필요해. 이것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에 창문이 달렸으면 활짝 열어서 그냥 보여주고 싶고, 그걸 보고 누군가가 정리를 좀 해줘서 이럴땐 이렇게 대처하세요 하고 해결책을 주면 좋겠다. 하지만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걸 안다. 그리고 남이 이해 해주는게 답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이해 해야한다는 것도 알겠다.


지금 내 우울함을 시작되게 한 것은 저 멀리 덴마크에 있는 그 사람이라는걸 나도 알고 있다. 남들이 내 갑갑한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아마 그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꿩 대신 닭으로 대신 이해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아닐까. 내 일상이 그 한 사람의 말 한마디와 행동,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해석으로 이렇게나 영향을 받는게 싫고 자존심이 상한다. 나는 이렇게나 우울하고 심각한데 정작 본인은 이런 내 입장을 한치도 모르고 있을꺼라는 생각에 더 화가 나고, 왜 나를 다독여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내버려 두는지 원망스럽고 실망스럽다.


2년 넘에 끌어오던 장거리 연애에 대한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한국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내 마음을 서로에게 제2외국어인 영어로 풀어내는 것에 대한 한계가 쌓이고 쌓이다가 폭발한 것 같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정작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할지 정말 모르겠다. 이해받고싶고 공유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어떻게 표현해야하고 이야기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들어가는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어 점점 속이 막혀가는 배관처럼, 풀지 못한 감정들만 쌓여가는 인생이 우리 두사람의 인생이라면, 과연 우리가 잘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상대를 바꾸지 못하고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나를 변화시키고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나는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아무도 없다. 마음속에 상처만 계속 늘어나고, 이 상처를 아물게 해주라는 소리도 못내고 있다. 혼자서 끙끙 앓으면서 언젠가는 해결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만 해본다.


I love you 라고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주고받은 그 메시지 안에 진심이 없어져버린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요즘 내 우울함의 원인인듯 하다. 2년 전의 나와 그사람도 지금의 나와 그사람도 변한건 없는데 왜 이런 마음의 변화가 생겨났을까. 내 이런 마음을 좀 알아주고 먼저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혹시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절대 그럴 일 없어라고 말하지 못하고, 혹시라도 그런일이 생기면 너무 슬프겠지 하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만 생각해야겠다. 어쩌면 오늘 저녁에는 '내가 널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 하고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니, 기다려봐야겠다. 기분이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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