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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Apr 21. 2018

16. 또 다시, 기록 시작

지난 나를 떠오르게 하는 글들

정말 한참만에 지난 날 써둔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앱을 아예 지우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문득 떠올랐다. 그때 서둔 글들이 있었지.


그때는 한창 국제 장거리 연애의 쓴맛을 느끼던 때였다. 서로 상처주고 상처를 받으면서, 하루하루 남들에게는 티나지 않지만 나 혼자 속으로는 타들어가는 그런 날들이었다. 혼자 속으로 너무 애태우는게 갑갑해서 글로 한번 풀어보자 하며 구구절절 써내려 갔었나보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새삼스럽게 그 시절의 힘들어했던 내가 떠오르고 마음이 뭉클 해진다. 맞아, 난 그때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사실 지난 날의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보니 내가 쓴 글이 맞나 싶기도 하다. 내가 시린 마음을, 갑갑한 마음을, 그리고 힘겨운 마음을 저런 감정과 단어들로 쏟아냈었구나. 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영영 잊고 지냈을지도 모르는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이렇게 과거의 내가 남긴 기록으로 다시 되찾았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는 다른 입장, 다른 상황, 그리고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기에 그때의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괜히 뿌듯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때 너무나 힘들어 하던 나였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강한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어서.


앱을 지워버렸던 이유가 뭔지 생각하다가 기억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내가 쓴 글에 답글로 단 내용이 마음에 상처와 두려움이 되어서였다. 당시 연애, 특히 장거리 연애로 힘들어하던 내가 나를 위로하고자 썼던 장거리 연애의 장점에 대한 글에 ‘이건 말도 안된다’거나 ‘나도 이러다가 헤어졌다’라고 생각 없이 누군가가 던진 몇 단어가 약해진 내 마음에 너무 공격적으로 다가왔다. 내 마음을 위로하고자 내 생각를 풀어나가는 글이라고 썼는데, 마음이 더 불편해지고 약해지는 것 같아서 바로 앱을 지워버렸다. 그렇게 몇년이 지났다.


그리고 2018년.

국제 장거리 연애에 끙끙 앓는 마음을 글로 기록했던 나는, 이제 그렇게 마음 아프게 하던 남자의 부인으로, 결혼 7개월차 새댁이 되었다.

아프던 시간도 있었지만 행복한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다만 행복했던 순간에는 그 행복에 취한 나머지 기록으로 남기는걸 깜빡 했을 뿐일거다. 너무 행복하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눈 팔지 않고 집중하는 법이니까.



편안하다. 내 마음도, 지금 내 삶도.

이렇게 되고 보니 다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과거를 떠올릴 때 기억의 방아쇠가 되어줄 글들을 남겨두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풀어내어 남겨두려고 한다. 과거를 기억해서 적어보기도 하고, 지금 현재를 남겨보기도 하면서, 미래의 내가 또 ‘그래, 그때 그랬지’ 하는 계기를 만들어줘야겠다.


간만에 하늘이 파랗게 맑고 미세먼지가 ‘보통’인 토요일에 등뒤로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은 받다가 우연히 떠오른 생각으로 이렇게 다시 브런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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