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럽 배낭여행이 떠오르는 그 향기
처음 유럽으로 여행을 온 때는 2007년, 대학교 2학년 때이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느라 여행 내내 피곤에 절어있었지만 첫 유럽여행이 주는 벅찬 감정과 스릴은 내 인생에서 손꼽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떨림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는데 바로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서 ‘외국인 빨래 냄새’가 날 때다.
아마도 세탁 세제 혹은 섬유 유연제 향기 이거나 빨래를 드라이어를 돌리면 나는 특유의 향기일 텐데, 처음 유럽에서 맡은 그 냄새가 나는 그렇게 좋았다. 한국에서는 맡아본 적이 없는 그 냄새가 내 기억에는 유럽의 향기로 각인이 된 듯하다.
냄새는 참 신기하다. 전혀 생각도 않고 있던 기억들이, 살짝 바람에 묻혀 스쳐가는 냄새로 말미암아 갑자기 그때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때의 내 감정으로 밀려온다.
시골에서 타는 냄새를 맡았을 때 떠오르는 할머니 집에서의 추억, 갓 지은 밥 냄새를 맡았을 때 떠오르는 어린 시절 저녁 우리 집 풍경처럼.
특히 나에게 유럽의 빨래 냄새는 좋으면서도 아쉬운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새로운 나라에서의 흥분감과 기대감을 느끼던 젊은 날의 내가 떠올라서 그런 것 같다. 모험을 즐기던 과거의 나에게 뿌듯한 마음과 그때가 너무 오랜 옛날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
불어오는 바람에 빨래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질 때 코를 벌렁거리면서 조금이라도 그 냄새를 더 빨아들여 보려고 안간힘을 써본다. 내 첫 유럽여행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살려보기 위해서,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