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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로봇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봉사

by 자유로운 영혼

얼마 전 봉사 동아리에서 교육 봉사를 하는데

강의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봉사 동아리로 오래되었고,

지도교사가 무척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시고,

생활기록부에 자주 등장하는 유익한 봉사단체여서

흔쾌히 수락하였다.


교육 봉사라...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해 보았다.

일반 봉사면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도우면 되는데 교육 봉사라고 되어 있어

주제를 선정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러다 평소 로봇 수업에서 해 왔던

'장애물 피하기 경주'를 조금 손 보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보통 이런 로봇 수업을 30시간 정도

하는데 잠깐 배워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가르치면 그날 하루에 할 분량도

넘을뿐더러 아이들이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게다가 교육봉사이기 때문에 나에게

로봇을 배운 학생들이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라 우리 학교 학생들의

능력을 벗어나는 범주는 제외시켜야 했다.


초음파 센서와 터치 센서를 활용해서

스스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낭떠러지를

구별해서 위험을 피하는 프로그램인데

무척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당일 날.

교육을 받을 중학생들이 속속들이

도착해서 물리실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처음 보는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과 우리 학교 동아리

아이들과는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잘 알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가족은 아니지만 더 가족 같을 때

받는 그 끈끈함?

하여간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끈끈함이 나를 압도해

엄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으로

각 블럭의 사용방법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 이후 진행될 과정은 이미 동아리

학생들의 로봇 수업에서 가르쳐 주어

다들 할 줄 아는 부분이어서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심화적으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주었다.

또 중학생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의

문제점이라든가 질문 등을 해결해주었다.

이렇게 교육 봉사를 학생들이 하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재미 삼아 가르치던

장애물 피하기 코드를 배운 학생들이

나중에 로봇 공학자가 된다면

이런 교육 봉사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

시각장애인을 비롯하여

청각장애인 등 여러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보람 있고,

이 활동이 더 크게 다가왔다.

지금은 이 동아리 지도교사와 벌써

다음번 교육 봉사 시간을 잡아두었다.

모쪼록 이 아이들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로봇 공학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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