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독일에서 연습실구하기

by 바코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독일에서 학위를 따기 위해 독일행을 택한다. 그중 음악전공자들의 비중은 엄청나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손에 꼽자면 수준 높은 음악교육의 혜택을 받고 싶어서 일 것이다. 또는 독일의 학위가 한국에서 인정받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독일 음대 입시를 치르기 위해 독일 각지를 다니면서 오디션을 치르고 다녔다. 시험장에 가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독일인지 의심이 갈 정도도 한국 학생들이 많다. 나의 블로그에 독일 유학 관련 게시물들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연습실에 관한 것이었다. 짧게 요약하면 3가지의 방법이 있다. (도시마다 금액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금액은 대략적인 것으로만 적어보겠다.) 나의 경우는 이 3가지 방법을 모두 써보았다. 자신의 연습 스타일도 잘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혼자 집에서 연습할 때 집중이 잘 되는지, 아니면 집에서 연습하면 게을러지는지.

※독일에서 유학생들 사이에 '케바케(case by case)'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나의 경우는 이러했지만, 당신이 부딪히는 현실은 또 다를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그것이 유학생활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1. 피아노 렌탈
대여비가 비싼 순서로 나열하자면 그랜드 피아노, 사일런트 피아노, 업라이트 피아노이다. 그랜드 피아노는 월 20만 원, 사일런트 피아노는 15만 원, 업라이트 피아노는 10만 원 정도이다. 내가 지내는 방으로 피아노 대여를 할 수 있는데, 우선은 피아노 연습이 가능한 방인지 집주인이나 이웃들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피아노를 대여를 해서 집에서 연습을 할 것으로 결정을 했다면, 애초에 집을 구할 때 연습이 가능한 집으로 구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베를린에서 지냈던 방에 사일런트 피아노를 대여했었다. 낮에는 소리 내어 연습하고, 밤에는 이어폰을 꼽고 연습했다. 그리고 주변의 이웃들에게 작은 쪽지를 적어 문 앞에 붙여 놓았았다.

'저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입니다. 피아노 전공을 하구요. 하루 종일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하는데, 시끄러워 일상생활에 피해가 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제 번호와 이메일 주소는 XXX@XXXX, XXXX-XXXX-XXXX입니다.'

괜찮다고 말한 사람은 없지만,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 당시 집에 함께 살고 있던 외국인 친구 2명 중 1명은 거의 집에 있는 날이 없었고, 이집트에서 온 다른 친구 1명은 오히려 나의 피아노 소리를 좋아했다. 내가 게을러져 연습을 쉬는 날이면, 연습 안 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으니.

피아노 대여를 할 때, 처음에는 운반비(20만 원)와 보증금(10만 원)을 준비해둬야 한다. 그리고 거주지 등록증과 콘토(통장) 개설 서류도 필요하다. 독일어를 거의 하지 못했던 때라, 미리 종이에 적어가서 그대로 읽거나 외워서 독일어 잘하는 척을 하곤 했지만, 이내 들통이 나곤 했다. 한참을 헤매다가 찾아간 Stainway 피아노 매장에서 기분 좋게 피아노 구경을 실컷 하고 난 후 담당자에게 피아노 대여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콘토 개설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안 된다는 담당자에게 조금 싸바싸바를 했다.

"우와. 너 정말 잘 생겼다. 너무 친절한 거 아니야?"

"유 얼 쏘 핸썸 가이, 굿굿!"

"그거.... 나 통장 지금 만들고 있는 중인데, 서류는 나중에 주면 안 될까? 응?"

나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씩 웃으며, 오케이 했다.

때론, 못생겼어도 잘생겼다고 하는 거짓말도 필요하다.

2. 음악학원
구글 검색으로 자신이 지내는 지역 근처에 Musikschule라고 검색한 후, 메일이나 전화로 문의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연습실을 구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된다. 정보는 자신이 직접 찾아서 일일이 물어보고 발로 뛰어야 한다. 베를린에서 집을 구하기 전 민박집에서 머물면서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24시간 연습실을 발견했다. 24시간에 월 15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그런지 한국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곳은 음악학원이었다. 그래서 수업이 있는 날이면 연습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24시간 언제든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과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곳에서 연습을 하면서 벽에 붙어있는 어떤 한 피아니스트의 독주회 팜플렛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피아니스트와 인연이 닿아 레슨을 받기도 했다. 어디에 있든지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다녀야 한다. 모든 기회는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3. 교회나 음악대학교 연습실

음악대학교 연습실은 학생이 아니면 거의 연습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학교에 입시지원서를 넣은 상태에서 아인라둥을 받은 상태의 경우에 연습실 사용을 허가해주는 학교도 있다. 연습실 규정이 자주 변하기 때문에 해당 학교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들어가 이메일로 문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허락 없이 연습하다가 괜히 얼굴 붉히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교회의 경우, 한인교회와 독일교회가 있다. 교회 관계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교회 일정이 없을 때는 사용해도 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대가 거의 맞지 않다거나 장시간 연습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교회에서 연습을 하면 좋은 점은 시험을 앞두고 넓은 공간에서 리허설식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음악회에 피아니스트를 섭외하고 있다는 광고를 보고 메일을 보내 독일교회에서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교회를 다니고 안 다니는 문제는 강요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교회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각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독일에 있는 기간 동안 한인교회는 다니지 않았었고, 독일교회를 주로 다녔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본인의 몫이다. 자신이 즐겁게 유학생활을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교회와 연관되어 연을 쌓는 것도 연주 경험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된다.



독일에서 따뜻한 집을 구하는 것도,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연습실을 찾는 것도, 인격과 실력을 두루 갖춘 레슨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스스로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일도 중요했다. 하나씩 부딪히고 알아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살았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왜 나는 나의 땅이 아닌, 남의 땅에 와서 이렇게 열심히 신나게 살고 있는 걸까. 한국에 가서도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한 번 멋진 일들을 해보자고. 기회는 내가 손 뻗으면 닿는 곳에 늘 있었고, 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졌다. 안 되는 것을 때로는 졸라 대야 하는 것도 있었고, 어쩔 때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필요했다.



독일행을 결심한 친구들, 열심히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유학생활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현실은 너무 고달프고 외로운 생활이다.
꼭 눈에 반짝이는 학위나 결과를 들고 오지 않더라도, 그대들의 삶은 이미 아름답고 소중하다.

늘 용기를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