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을 위한 콘서트’
때는 바야흐로 2018. 겨울.
부산 망미동 작은 골목에 3평 남짓 작업실을 구한 지 6개월 즈음되었을 때 나의 창작욕구는 저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예술공작소 바코 피아노’라는 간판을 손수 제작해서 호기롭게 걸어놓기까지 했다.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을 공작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늘 한계를 뛰어넘고 싶으니까 누가 머라 하건 말건 간판을 걸었다. 살면서 작업실을 가지는 것이 소원 중에 하나였는데, 소원을 하나 이루고 나니 기분이 너무 들떠서 매일 친구들을 초대해 마음을 나누었다. 오랜 벗, 오랜 벗의 오랜 벗, 그 벗의 벗, 그렇게 일명 ‘벗 of 벗’들이 모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옹기종기 모여 밤을 지새우며 음악을 나누고,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몇 달을 지내다 보니 하나의 공연이 완성이 되었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와 음악들을 엮었더니 스토리가 되었다.
“우리 그냥 여기서도 뭐 하나 해보자!”
“요 쫍은데서 가능하겠나”
3명의 청춘남녀가 망미동 골목에서 초미니 콘서트를 개최했다. 단 10명 만을 위한 공연이었다. 포스터를 만들고, 초대장을 보내고, 모자란 의자 몇 개를 어디선가 구해와서 세팅해 놓았다. 준비를 하다 보니 신이 났다. 독특한 무엇인가를 준비하다는 자체에 기뻤고, 소중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될 거 같아 기대되었다. 나는 멘탈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그걸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센 척을 조금 하는 편이다. 누가 이렇게 작은 곳에서 공연을 하냐고 무시할 것 같아 걱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센 척을 하느라 세상에 이런 멋진 공연이 어디 있냐고 말하고 다녔다. 공연을 많이 하고 싶고, 재미난 일도 많이 만들고 싶은데 늘 공간이 없었다. 얼마나 그 짓(?)을 하고 싶었던지. 주머니를 쥐어짜 내어 구한 조그마한 작업실에서 나의 소망이 담긴 모든 것을 실현하려 했다. 소소한 재미가 말 그대로 엄청난 재미였다. 그런 재미 속에 초미니콘서트가 탄생된 것이다. 공연 당일, 우리가 초대한 사람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나는 남동생을 초대했다. 남동생은 여자 친구를 데려왔다. 그리고 또 다른 지인도 커플 손님이었다. 4명만 와도 초대손님의 절반 정도가 다 온 것이다. 그들이 오니 이미 공간이 가득 찼다. 생각보다 공간이 좁아서 서로 모르는 사이더라도 관객들은 어깨를 부딪히며 앉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관객들은 서로의 얼굴을 익혔다.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아티스트는 대기실도 없었다.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또 몸을 부대꼈다. 아티스트들의 대화, 관객들의 대화, 숨소리, 발소리, 그리고 골목으로 지나가는 차 소리까지 모든 소리는 섞였고, 덕분에 모든 소리들이 어우러져 매력적인 공연이 되었다. (현존하는 공연 중 관객과 아티스트가 가장 가까운 거리가 아니였을까 라고 스스로 짐작하여 기록을 세워본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그 공간에서 모여 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간단한 맥주와 먹을거리로 시작된 뒷 수다는 끝이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가 이 공연의 주인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무대에서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것 같지만,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에너지를 받고 새로운 영감을 받아 그들의 영혼을 춤추게 하는 것이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모두 함께 예술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에너지들이 모여 공간의 공기를 형성하고 즐거운 영혼들의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객과 아티스트가 가장 가까웠던 10명 만을 위한 초미니콘서트.
환경을 초월할 수 있는 도전력은 음악만이 나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