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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코 Mar 12. 2020

피아노 잘 치는 방법이요?

악보를 읽는 순간부터 - 연습 - 무대 서기까지의 과정


 피아노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한다. 명쾌하면서도 아주 진부한 해답이 있다. 올바른 연습방법으로 꾸준한 연습을 하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지름길은 없다. 특히 피아노라는 악기는 좌뇌와 우뇌, 그리고 유연한 손목과 팔꿈치의 사용, 릴렉스가 완전히 된 어깨와 손가락 마디 사이의 연결된 동작이 마치 춤을 추듯 반복되는 행위가 조화를 이룰 때 연주가 가능한 악기 이므로 연주법이 꽤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악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설명은 당연히 지루할테고, 조금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몸에서 발동하는 모든 감각에 깨어 있어야 한다.
 순수음악에서는 악보에 기입된 모든 표기들을 정확하게 지켜 연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반면, 실용음악에서는 그 곡에서 다루는 반복적인 코드를 세련되게 연주하며, 리드미컬하게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기량을 나타낸다. 나는 클래식 음악 전공자로써 악보에 기입되어 있는  작곡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을 기초로 공부해왔다. 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연주활동을 하면서 실용음악의 영역까지 확대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장르를 섭렵하지는 못했다.
 악보가 있는 음악을 연주할 때, 악보를 읽는 순간 – 연습 –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과 연습방법을 말하자면 이렇다. 먼저 악보를 처음 보는 순간 악보를 정확하게 보아야한다. 초견시 음표에 붙은 임시표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손가락번호로 많은 시간을 공들여 연습하다가 후에 발견하고 나면, 다시 고치기가 힘들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 드는 시간을 줄이려면 처음 악보를 볼 때 꼼꼼하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악보를 정확하게 읽었다면, 처음에는 템포를 최대한 천천히 하여 느리게 연습하는 것이 좋다. 머릿 속에 하나씩 차근차근 입력해야 나중에 버퍼링이 생기지 않는다. 음표 하나하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손가락만 굴리다보면, 무대에서 연주할 때 패닉상태에 빠져 건반에서 손을 떼는 수가 생긴다. 초견시 생기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연주하려고 하는 곡이 몇분의 몇박자 인지, 조성은 무슨 조인지, 작곡자는 이곡을 통해 어떤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건지 미리 알고 연습에 임해야한다. 적어도 내가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지는 알고 연주해야 한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악보에 있는 음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곡에 대한 이론적이면서도 학문적인 접근방식으로 곡에 대한 연구를 해야한다. 머리로 인지하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느리게 연습을 하다보면 특정부분이 테크닉 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생긴다. 그럴 땐 그 부분을 무작정 반복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실수가 자꾸 생기는지 살펴보아야한다. 거울이 있는 경우는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거울을 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올라가 있지는 않은지, 또는 손목이 너무 올라가 있는건 아닌지 관찰한다. 전체적인 자세에 문제가 없다면 손가락들의 움직임을 바라보아야한다. 손가락 마디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있는지 살피고, 어색한 손가락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체크해본다. 테크닉 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특정부분이 잘 되지 않는다면 음악적인 연결고리를 생각해보아야한다. 앞부분과 뒷부분을 연결해서 연주해보며 나의 호흡이 음악과 함께 매끄럽게 흘러가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이 때 좋은 방법은 입으로 노래를 부르며 연결해보는 것이다. 입으로 노래를 불러보고 연주해보면, 의외로 안 되는 부분이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을 따로 떼어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어느덧 음악은 전체적으로 흘러가며 완곡이 가능해지는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이 때 템포를 서서히 당겨주며 작곡가가 의도한 템포까지 올려주면 된다. 템포를 올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이 때 꾸준한 연습과 자기반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반성은 다양한 각도로 연습방법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곡을 연습할 때는 내가 연습하는 곡만 주구장창 연습할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테크닉부터 음악적표현에 도움이 될만한 연습들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자연적으로 연습시간은 3시간,4시간 많게는 10시간의 연습시간을 가지게 될 때도 있다. 나의 경우는 ‘오늘은 무조건 6시간 연습을 채울거야.’ 라고 생각하며 연습시간에 집착하며 연습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수치적인 연습량에 치우치는 것 보다는 내가 오늘 해결해야 할 부분들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연습방법인 것을 어느 순간 깨닫고, 연습 방법을 바꾸니 훨씬 효율적인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연습량을 줄이라는 말이 아니니, 오해가 없길.) 효율적인 연습이라 함은 당연히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연습의 결과는 무대에서 발휘된다.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이건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말인데, ‘피아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는 말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크고 작은 무대를 100회 이상 경험하면서 나는 그 말들을 체감하게 되었다. 연습을 충분히 했을 때는 나의 몸이 건반을 기억했고, 손가락은 저절로 춤을 추며 연주했다. 물론 음악적 흐름과 함께 감정도 함께 움직였다.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함이다. 무대에서 또는 무대가 아닌 단 한명의 관객 앞에 서기 위해 기나 긴 연습시간을 거친다. 연습과는 별개로 무대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과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몇 개월을 공들여 연습한 것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을 해야한다. 무대에서의 집중력은 평소의 생활습관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다양한 무대경험을 통해 습득되기도 한다. 나 혼자만의 연습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해보는 무대경험 또한 수없이 반복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생기는 나만의 이상한 버릇을 발견할 수도 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뛸 때 나의 음악이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 체크해볼 수 있다. 무대에서 긴장될 때도 혼자 연습할 때 연주했던 것처럼 그대로 연주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연구하고 냉철하게 스스로를 돌아보아야한다. 연습방법 1,2,3을 두고 했을 때, 무대에서 각각의 결과는 어떠했는지 기록도 해보고, 나의 마음이 진심으로 그 곡에 스며들어 연주를 했는지, 그저 피아노 소리를 크게 내기 위한 테크닉을 자랑하기 위한 연주를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것도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서 듣고, 또 들어야 한다. 내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본인이 잘 알고 있어야한다. 나만의 음색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피아노를 잘 치려면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저 건반을 치는 것에 급급하면 안된다.
 악보를 읽는 순간부터 연습과정을 거쳐 무대에 서는 이 모든 과정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가지고 잘 이루어져야한다.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는 스스로 생활을 절제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정돈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할 때도 있다. 그 이유는 무대에서 나의 에너지를 뿜어내기 위함이다. 또한 연주자의 태도나 그 깊이 있는 음악성이 누군가에게는 큰 감동과 새로운 예술적 영감으로까지 이어지는 신비로운 순간이니 만큼, 무대에서는 진지하고도 책임감을 가지고 나의 음악을 전달해야 한다. 이 모든 행위들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복잡하고도 섬세한 이 과정들 속에서 연주자는 내면의 성장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며 고통을 겪기도 한다. 취미든 전공이든 상관없다.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가 아니더라도 좋다. 성장을 위한 길은 험하지만 귀한 순간이다. 이 기나긴 과정에 진지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누구든지 피아노를 잘 칠 수 있다. 이것이 현재까지 내가 경험한 피아노를 잘 칠 수 있는 해답이다. 오늘도 피아노 앞에 앉아 연습하고 있을 수많은 동료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https://youtu.be/3T-npSNyV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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