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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코 Sep 10. 2020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서른셋. 여자 사람 이야기.

3평 작업실에서 50평 작업실로 공간을 확장하고, 그것이 사업화되어 나와 남편의 공간을 꾸려 공간사업을 한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거기에 공간 하나를 더 마련하여 얼마 전 2호 공간이 탄생했다. 나는 지금 부산 광안리와 서면에서 문화예술공간 두 곳을 운영하며 피아노 레슨, 공간 대관을 비롯한 청소년 음악 진로교육, 공연기획, 각종 문화 예술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진행하고 있다. 


광안리 1호 공간을 확장 오픈하면서 쓴 일기가 생각이 난다. 내가 자주 하는 '아무렴 어때'라는 말이 있다. 실패 한다한들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과정 가운데 의미를 두고 기쁨을 느끼고 싶다는 식으로 글을 썼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했다. 


공간사업을 한 지 1년 반이 흐른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드는 생각은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마음고생 심한 일은 처음이다. 스무 살 때부터 이일 저일 많은 일을 해봤지만,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고 신이 난다. 하지만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마음고생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풀어놓고 싶어 진지하게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나의 내면은 그렇게 부드럽거나 정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누가 보면 황당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 나름대로는 이런저런 힘든 일들을 겪어오면서 살아왔다. 모든 일들이 지나가면 서서히 회복이 된다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는 어떠한 상처도 마음속에 깊이 담아두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타인들에게는 내가 둥글둥글한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그리고 실제 나이에 비해서 약간은 어려 보이는 나의 외모나 동글동글한 나의 몸매, 그리고 약간 허스키하면서 중성적이면서도 그렇게 또 굵은 건 아닌 내 목소리가 나의 내면에 '비해서' 상당히 부드럽게 인식된다는 팩트를 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깊이 고찰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남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고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은 나는 지금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나의 태도가 나의 공간에 까지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일과 나는 이미 한 몸이 되었다. 그것을 분리하는 일은 나의 태도를 분명히 함으로 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비하는 것이다. 무슨 전쟁터를 나가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다. 그게 아니라, 1년 반 정도 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 속에서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나? 아님 나의 공간을 무시하나? 왜 함부로 대할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등등 수많은 질문 속에 정답은 나의 태도에 있었다는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다.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앞서 말한 나의 내면에 비해 부드럽게 보이는 나의 이미지가 상대에게 곁을 내어주고 있었다. 배려와 친절은 내가 호의를 베풀고 싶은 사람에게만 특별하게 구분하여 베풀기로 결심했다. 이때까지는 나도 누군가의 지시 아래에서 일을 했었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했었기 때문에 둥글게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일을 할 때도 그렇게 하니까 상당히 어이가 없는 경우에 많이 직면하게 되었다. 내가 베푸는 친절과 호의는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하게 하는 여지를 주는 도구밖에 되지 않았다. 참 사람들은 단순하다. 무서워 보이는 사람에게는 조심하고, 착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말이 편하게 나오나 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이렇게 내가 일기장에 일기를 쓰면서까지 친절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는 이유는 공간 운영을 하면서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1. 내가 운영하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함부로', '무례하게'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사람

ex) 일면식 한번 없는 사람이 전화 와서 자기소개를 생략하고 대뜸 

      "거기 있는 그거 얼마짜리예요?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해서요." 

-당신 수준이 더 궁금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2. 이것저것 제안하면서 공간 홍보를 해줄 테니 자기한테 잘 보이라는 사람 

ex) "여기 조금 더 알려지면 훨씬 더 잘될 거 같은데, 제가 쓰고 공간 홍보해드릴 테니 그냥 한번 쓰면 안 될까요?" 

라는 식의 뉘앙스가 섞인 아주 애매하고 오묘한 말.

-홍보 안 해주셔도 되니, 본인 역량 홍보나 잘하시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3. 정리 정돈은커녕 물건까지 훼손시키면서 공간을 써놓고서는 자기가 한 행위는 쏙 빼놓고 자기 멋대로 SNS에 공간을 평가하며 올리는 사람   

-대댓글에 본인이 쓰고 간 자리를 사진 찍어 올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등등

.

.

.

.


이때까지는 그냥 허허실실 '그럴 수도 있지.  나와는 다른 사람이니까.'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의 너무 부드러운 태도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나 때문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상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나는 어디 가서 그런 식의 말과 행동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느 식당 가서 '홍보해 줄 테니, 밥 한 그릇 주세요.'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맛있으면 더 많이 시키고, 더 자주 가고, 제값을 지불했다. 


흥정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흥정은 별게의 문제.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닌, 단순 공간이라 그런가? 


여하튼.


앞으로 더한 일들도 많이 생길 것이라 각오하고 감당할 자신도 있다. 하지만 나를 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할 때는 좀 더 단호해지자 라는 사실이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았다. 그렇다고 너무 매정한 사람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그래서 우선 가장 쉬운 거부터 실천해보기로 한다. 


일을 할 때.


1. 불필요한 말은 줄인다. 필요한 말만 하자. 

2. 먼저 질문하지 않는 이상 상대방에게 너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3. 거절은 단호하게. 

4.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자주 사용했다. 줄이자. 


이렇게 내가 해야 할 태도를 정리해보니, 내가 일을 할 때 너무 인간적인 사람이었던 것을 돌이켜 보게 된다. 여기서 하나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감정적이어야 하는데?'


이 고민에 대한 나만의 답을 내려보았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물컹물컹, 여리여리, 감수성 풍부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나의 캐릭터 또한 나의 색깔이고 나의 개성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세상의 룰에, 보편적인 줄에, 서지 않겠다는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부터 챙기자. 나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나의 영혼을 갈고닦는 데부터 시작된다. 모두가 마찬가지다. 감히 내가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개성을 바꿀 수 없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냥 나는 나를 지키기로 했다. 그것뿐이다. 


누구나가 다 각자의 생업을 하면서 나와 같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할 것이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관계의 어려움들을 겪을 것이다. 그 관계 속에서 많은 성장통과 기쁨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내가 했던 일들 중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가장 재밌고, 힘들다는 말을 앞서 했다. 힘든 일도 많지만, 너무너무 신나기도 하다. 내가 평생 꿈꾸던 일 이상의 일들을 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가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문화예술의 장르에서 나름의 세월 동안 활동을 하면서, 내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내가 하고 있는 공간사업은 나 혼자의, 한 사람의 힘으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파트너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더 일을 많이 하니 마니, 왜 너의 일에 그렇게나 많이 관여하냐는 둥. 


그냥 잘 모르면 말이라도 갖다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일이든.

혼자 하는 일도 힘들고, 

둘이 하는 일은 더 힘들고, 

셋이 하는 일은 합을 맞추기에 더더더 힘들다. 


어차피 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

다들 웃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할 말이 없어서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이 사업을 하고 있는지, 어떤 꿈을 안고 살아왔는지. 

어떤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면서 살고 싶은지. 


모르면. 


말을 아껴주길.


자신의 삶이 소중하듯 타인의 삶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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