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오늘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 날이다.
내가 하고 있던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가장 비중 있게 하고 있던 일이 오늘로써 끝이 났다.
주유소 소장으로 1년 3개월을 근무해왔는데 앞으로 계속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 끝에 이 일을 그만두고 내가 꿈꿨던 일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기도 했다. 나는 20살이 되던 해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카페, 피아노 학원, 공연, 개인 레슨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다. 주유소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여자가 하기에는 일이 험한데 힘들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지만 사람 상대하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주유소 일을 하면서 몸이 크게 힘든 일은 없었다. 셀프주유소라 기계가 다 알아서, 손님들이 다 알아서 하고 가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그 외에 관리해야 할 것들을 하면 됐었다. 몸이 힘들지 않은 대신에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은 것 같다. 진상 손님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각 업체들 사이에서 중간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일이 많았다. 내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다.
주유소 일이 끝나면 나의 꿈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글을 쓰고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공감하려 노력했다. 하루하루 노력하다 보니, 음악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나의 추상적인 꿈이 점점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주유소 아가씨라는 타이틀을 벗고, 이제 나는 글 쓰는 피아니스트로 살아보려 한다. 스스로 명함을 제작해 만나는 지인들에게 나를 홍보하곤 한다. 조금 오글거리긴 해도, 지인이니까 이해해준다.
"저는 글 쓰는 피아니스트예요. 글도 쓰고 피아노도 쳐요. 명함에 적혀있는 주소는 제 블로그 주소예요.
뒷면에 보시면 제 유튜브 주소도 있구요. 다음 스토리 펀딩에 '보통의 삶'이라는 글도 연재했었어요. 물론 목표금액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나름 조회수도 9만이 넘었구요... 헤헤 (중얼중얼)"
"오, 그래? 멋지다."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당"
미운 정 고운 정들었던 주유소를 둘러보면서, 마음이 찡해졌다.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내 스스로를 격려하며,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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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는 시간을 피아노 앞에서 보내면서, 건반을 통해 나의 감정을 표현해내고, 작곡가의 감정을 토해내는 일이 지루하다고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음악과 함께 하는 일은 뭐든 즐겁고 짜릿하다. 피아노에서 나는 나무 냄새가 좋아, 피아노 곁에 있는 것도 좋아한다. 그냥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피아노를 벗 삼아 지내온 것이 습관처럼 남아있다.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건 중학교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과 가까이 지내면서부터이다. <뇌>와 <개미>라는 책을 읽으면서 상상에 빠져 스스로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작가가 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쓸 실력은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혼자 가끔 몰래 쓰고 있는 소설이 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한 글자 한 글자 소설을 쓰다 보면 여행욕구가 충족되기도 한다.
나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직접 만날 수 없는 사이라도 나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것이니, 참 고마운 일이다. 나의 음악도, 글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다양한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특별하지 않아서, 평범하기 때문에 보통의 삶을 살고 있기에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자신감을 가져본다.
※바코 유튜브
https://youtu.be/aRekMuhn_3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