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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코 Mar 01. 2022

연습


이제 곧 새벽 연습을 시작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새벽봉고를 타고 해뜨기 전 학교에 도착해 연습실을 잡아 연습한 건 고1 때부터이다. 한 해 정도는 엄마가 학교까지 데려다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새벽에 연습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새벽봉고라는 미니 스쿨버스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봉고를 줄곧 탔다. 그렇게 새벽을 깨워 악기 연습을 하던 친구들과 학창 시절 추억을 떠올릴 때면, "그래 그때 우리 연습실에서 아침밥도 도시락 싸서 먹고 그랬었지? "라며 웃음을 짓기도 한다.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음악을 좋아했던 마음 반,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 반 거기에다가 0교시도 시작하기 전에 보는 친구들과의 수다가 재밌어서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우리 학교에는 연습실 번호가 빠를수록, 그러니까 1번 2번 3번 쪽에 해당하는 피아노는 좋은 피아노가 있었다. 그래서 그 연습실을 잡아놓고 방과 후에도 학교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려면 새벽부터 학교에 나서야 했다. 자리 쟁탈전은 고등학교 때뿐만 아니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자리 쟁탈전은 여전히 있었는데, 좋은 피아노에서 연습하겠다고 선배들이나 후배들과의 신경전을 펼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냐면. 집에서의 연습은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소음 때문에 한정적이었고, 그렇다고 연습실을 따로 구해 연습을 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연습실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학창 시절이었다. 


그렇게 새벽 연습이 습관이 되니, 새벽을 깨워하는 일들에 집중력이 생겼다. 35살이 된 지금은 학창 시절의 습관으로 새벽에도 잘 일어나는 체질이 되었다. (하지만 새벽형 인간은 아니다.) 이제 곧 아침 일찍 일어나 연습을 해야 한다. 7월에 있을 독주회를 준비 삼아, 그리고 올해 있을 많은 공연들을 대비하여 풀려있던 정신을 차리고 체계적인 연습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제는 시험이나 콩쿨을 위한 연습이 아닌 실전이 된 지 꽤 되었지만, 언제나 시험이나 콩쿨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피아노는 참 복잡하고 어려운 악기이다. 

어려운 걸 왜 시작했나,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왜냐면

뭐든지 쉬운 건 하나도 없으니까.


-


꾸준히 그냥 해보는 거다.

다시, 시작하고.

또 하나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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